무게/ 김 재 황 [달을 노래하다] 편 무게 김 재 황 오늘을 걷고 있는 두 다리가 버거운데내디딘 그 무게를 달아 봐야 알겠는가,힘들게 걸어온 길이 내 앞날을 누른다. 언제나 안고 있는 시조 생각 즐거운데쌓이는 그 무게에 맞설 수가 있겠는가.엮어서 내놓은 책이 내 꿈보다 가볍다. 지금껏 숨을 쉬는 내 삶조차 무거운데담기는 그 무게로 얻는 것이 무엇인가,마지막 작은 보람을 내 어깨에 얹는다. (2021년) 오늘의 시조 2025.05.31
존재/ 김 재 황 [달을 노래하다] 편 존재 김 재 황 긴 것은 무엇이고 짧은 것은 무엇인가,이렇게 지녔는데 바람 같은 우리 목숨풀들이 쓸리고 나면 다시 서게 되느니. 물결로 오는 것이 무엇인 줄 알겠는가,가슴에 가득한데 안 잡히는 우리 마음저 높이 쌓았다 해도 한순간에 와르르. 꽃들이 피어나면 각기 다른 여러 빛깔두 눈에 보인다고 그게 모두 진짜일까,햇빛이 되쏘는 느낌 받았다는 것일 뿐. (2021년) 오늘의 시조 2025.05.30
매미 꿈에 젖는다/ 김 재 황 [달을 노래하다] 편 매미 꿈에 젖는다 김 재 황 어두운 땅속에서 보낸 세월 몇 해인가,마침내 밖에 나와 허물 벗고 나는구나,한여름 즐거운 노래 빈 그늘을 채운다. 무서운 돌림병에 숨어 살기 몇 년짼가,언제쯤 서로 만나 손을 잡고 웃겠는지저 하늘 올려다보며 맴맴 소리 부른다. 뛰거나 구르거나 지닌 목숨 다 비싸고날개가 있든 없든 기다림은 꽤 힘든데이렇듯 너하고 내가 같은 꿈에 젖는다. (2021년) 오늘의 시조 2025.05.29
풀피리 불다/ 김 재 황 [달을 노래하다] 편 풀피리 불다 김 재 황 내 얼굴 잊고 지낸 외로움이 가득한데입술에 대었을 때 어떤 떨림 안기는가,힘차게 가락을 타니 두 날개가 가볍네. 네 걸음 빨라져서 그리움은 더욱 멀고가까이 부른 이름 무슨 느낌 들리는가,남몰래 바람을 빼면 저 하늘이 낮았네. (2021년) 오늘의 시조 2025.05.28
오이풀이 내민 것/ 김 재 황 [달을 노래하다] 편 오이풀이 내민 것 김 재 황 그렇지 저건 바로 크레용이 맞을 거야새빨간 거짓말을 알릴 밑줄 그을 거야그렇게 좋은 세상을 만들려고 할 거야. 어쩌면 저건 혹시 립스틱이 될지 몰라새빨간 거짓말을 뱉는 입술 볼지 몰라어쩌지 바른 세상이 아니라니 난 몰라. (2021년) 오늘의 시조 2025.05.27
6.25 회상/ 김 재 황 [달을 노래하다] 편 6.25 회상 김 재 황 이 서울 살았는데 초등학교 다닐 때야 난리가 터졌다고 모든 이가 짐을 쌌지얼결에 할머니와 난 집에 남게 되었어. 나이가 아홉 살인 철부지가 무얼 알까피란을 간답시고 떠난 곳이 고향 파주먹을 게 너무 없어서 개구리를 잡았어. 적군을 물리쳐야 막힌 가슴 뻥 뚫리니먼 산을 넘어오는 쌕쌕이를 그려 봤어,어려도 참 서럽기는 힘이 없는 나라야.. (2021년) 오늘의 시조 2025.05.26
돌아도/ 김 재 황 [달을 노래하다] 편 돌아도 김 재 황어려서 고추 먹고 맴을 돌며 놀았는데하늘이 따라 빙빙 바로 서지 못하였지,재미를 붙이고 나니 그 하루가 짧았네. 젊어서 대폿술에 빙글 돌며 엎어질 때가는 길 솟아올라 힘껏 턱이 부딪쳤지,아침에 깨어나 보니 내 아픔이 넓었네. 늙으니 안 먹어도 너무 자주 어지럽고지구가 돈다는 걸 이제 늦게 되새기지빠르게 세월이 가니 큰 바퀴에 밟히네. (2021년) 오늘의 시조 2025.05.25
마젤란펭귄/ 김 재 황 [달을 노래하다] 편 마젤란펭귄 김 재 황 금슬이 나쁘다면 가야 할 곳 어디일까,암수가 짝을 이뤄 오순도순 사는 여기남반구 좁고 긴 바다 찾아가서 보아라. 구멍이 파였으면 둥지 삼아 알을 낳고품는 일 알뜰살뜰 때를 나눠 번갈아서손발이 척척 맞으니 무슨 불평 있으랴. 이름에 왜 그렇게 또 이름이 들어갈까,남남이 만난 부부 어찌 탐험 아니겠나,가슴에 두 개 줄무늬 지키면서 살아라. (2021년) 오늘의 시조 2025.05.24
자주 찾는 국밥집/ 김 재 황 [달을 노래하다] 편 자주 찾는 국밥집 김 재 황 큰길을 가로질러 빈 골목을 조금 가면다 낡은 모습으로 간판조차 없는 양옥점심을 먹을 때에는 자주 찾는 곳이다. 얼마나 목이 메는 일을 많이 당했던가,푸는 밥 식었으나 펄펄 끓인 국물이면말없이 꾹꾹 말아서 후후 불며 먹었지. 세월을 잊은 듯이 붙인 값은 그대론데밑지면 어떡하나 오는 손이 되레 걱정좀 이른 끼니때라도 가는 곳은 여기다. (2021년) 오늘의 시조 2025.05.23
인삼 노래/ 김 재 황 [달을 노래하다] 편 인삼 노래 김 재 황 풀들은 우리 몸에 안 좋은 게 없겠지만아픈 데 고쳐 주는 약의 손을 지녔구나,생김이 닮은 곳 따라 쓸모 있게 빚는다. 왜 그리 숨어 살며 수줍은 뜻 보이는가,그늘로 가야 하는 그 까닭을 누가 아나,이 뿌리 얻고 난 뒤에 걱정거리 잊는다. 가지는 셋이 돕고 잎 다섯은 정 깊은데열매가 익었을 때 붉게 타는 마음 빛깔베풂이 넓고 또 크니 세운 이름 빛난다. (2021년) 오늘의 시조 2025.05.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