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조 1485

마젤란펭귄/ 김 재 황

[달을 노래하다] 편 마젤란펭귄 김 재 황 금슬이 나쁘다면 가야 할 곳 어디일까,암수가 짝을 이뤄 오순도순 사는 여기남반구 좁고 긴 바다 찾아가서 보아라. 구멍이 파였으면 둥지 삼아 알을 낳고품는 일 알뜰살뜰 때를 나눠 번갈아서손발이 척척 맞으니 무슨 불평 있으랴. 이름에 왜 그렇게 또 이름이 들어갈까,남남이 만난 부부 어찌 탐험 아니겠나,가슴에 두 개 줄무늬 지키면서 살아라. (2021년)

오늘의 시조 2025.05.24

자주 찾는 국밥집/ 김 재 황

[달을 노래하다] 편 자주 찾는 국밥집 김 재 황 큰길을 가로질러 빈 골목을 조금 가면다 낡은 모습으로 간판조차 없는 양옥점심을 먹을 때에는 자주 찾는 곳이다. 얼마나 목이 메는 일을 많이 당했던가,푸는 밥 식었으나 펄펄 끓인 국물이면말없이 꾹꾹 말아서 후후 불며 먹었지. 세월을 잊은 듯이 붙인 값은 그대론데밑지면 어떡하나 오는 손이 되레 걱정좀 이른 끼니때라도 가는 곳은 여기다. (2021년)

오늘의 시조 2025.05.23

인삼 노래/ 김 재 황

[달을 노래하다] 편 인삼 노래 김 재 황 풀들은 우리 몸에 안 좋은 게 없겠지만아픈 데 고쳐 주는 약의 손을 지녔구나,생김이 닮은 곳 따라 쓸모 있게 빚는다. 왜 그리 숨어 살며 수줍은 뜻 보이는가,그늘로 가야 하는 그 까닭을 누가 아나,이 뿌리 얻고 난 뒤에 걱정거리 잊는다. 가지는 셋이 돕고 잎 다섯은 정 깊은데열매가 익었을 때 붉게 타는 마음 빛깔베풂이 넓고 또 크니 세운 이름 빛난다. (2021년)

오늘의 시조 2025.05.22

보름달/ 김 재 황

[달을 노래하다] 편 보름달 김 재 황 어둠이 깊었는데 잠은 어찌 오지 않나,창밖을 바라보면 활짝 웃음 짓는 얼굴갑자기 콕 찔러 봐도 그대밖에 모른다. 둥글게 다가오니 모든 길은 인정 깊고 밤새껏 걸었으나 닿지 못할 먼먼 사랑정녕코 잊을 수 없는 그대만을 그린다. 어디에 터를 잡고 무슨 일을 가졌는지누구와 짝이 됐고 몇 아이를 두었는지오늘은 내 마음 열고 그대에게 묻는다. (2021년)

오늘의 시조 2025.05.19

폭포/ 김 재 황

[달을 노래하다] 편 폭포 김 재 황 물이든 사람이든 툭 꺾이는 곳이 있고오히려 즐기는 듯 가슴 철렁 곤두박질무참히 저도 모르게 긴 외침이 나오네. 빠르게 달릴수록 부서질 땐 아픔 큰데차라리 이룬 대로 마음 넓게 펴노라면걸리는 일곱 무지개 가질 수도 있다네. 반드시 누구나 다 겪어야 할 일이지만죽어야 산다는 말 두려운 적 없겠는가,꾹 참고 고비 넘기자 시원함도 지니네. (2021년)

오늘의 시조 2025.05.18

소리/ 김 재 황

[달을 노래하다] 편 소리 김 재 황 살며시 눈을 감고 여린 풀이 흔들리면푸름을 아끼는 듯 부드러운 바람 소리한바탕 춤을 엮으니 온 들녘이 즐겁다. 꼬리를 살짝 치는 물고기야 길이 긴데 만남을 속삭인 듯 간지러운 물결 소리힘차게 위로 거슬러 깃발 하나 꽂는다. 살포시 날개 펴고 작은 새가 지저귀면깊음을 노래한 듯 스스러운 하늘 소리 남몰래 가슴을 쓸며 큰 숨결을 내쉰다. (2021년)

오늘의 시조 2025.05.17

도마뱀/ 김 재 황

[달을 노래하다] 편 도마뱀 김 재 황 어디에 사는 건지 풀숲이나 돌 사이에비늘을 지니고서 챙겼는데 짧은 네 발생김새 비웃지 마라 네 모습이 따른다. 온몸은 왜 그렇듯 누른빛에 띤 검은빛무언가 숨겼을 듯 께름직한 암갈색 띠나쁜 짓 저지른다면 네 몸에도 둘린다. 요즘에 꽤 알려진 여럿이서 벌인 범죄법으로 다스리기 어려운 건 이것 때문스승께 배운 것인 양 꼬리부터 자른다. (2021년)

오늘의 시조 2025.05.16

섣달 그믐/ 김 재 황

[달을 노래하다] 편 섣달그믐 김 재 황 하늘에 밝은 달이 몇 번이나 뜨고 졌나,먼동이 트고 나면 바로 새해 맞을 텐데늙어서 텅 빈 내 가슴 무엇으로 채울까. 내일은 그저 말뿐 오고 나면 이미 오늘억지를 써 보아도 밤이 가고 날은 새니감추듯 내 마음 둘 곳 어디에서 찾을까. 나이를 한 살이나 더 보태니 끔찍한 일싫다고 안 먹을 수 있는 사람 없겠지만나서면 두 무릎 꿇고 깊게 큰절 올리리. (2021년)

오늘의 시조 2025.0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