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런한 시조 120

석우 선배님/ 김 재 황

석우 선배님 김 재 황 시조를 공부할 때 처음으로 만나 뵙고 하늘에 달을 보듯 마음 두고 살았건만 가깝게 지낼 기회가 쉽게 오지 않는다. 언제나 환한 웃음 밝게 짓고 계셨는데 샘에서 물 퍼내듯 단수 시조 보이시니 따르는 나의 걸음은 숨이 턱턱 막힌다. 허리를 다치신 게 도진 일로 입원하셔 팔 개월 만에서야 퇴원하신 그 몸으로 펴내신 시조집 한 권 눈물겹게 읽는다. (2022년)

가지런한 시조 2022.12.13

낙성대 직박구리

낙성대 직박구리 김 재 황 여기가 어디인 줄 알고 나서 떠드느냐, 나라를 구한 장군 모신 곳이 여기인데 그 사당 바로 옆에서 시끄럽게 구는가. 자랑이 무엇인지 그리 줄곧 수다 떠냐, 언제나 나라 걱정 지니시고 사신 장군 그 얘기 밝힐 거라면 누구인들 막을까. 돈으로 온 나라를 마구 흔든 도둑놈들 내 마음 사는 일은 어림없는 수작이지 차라리 네 긴 지저귐 들으면서 웃겠다. (2022년)

가지런한 시조 2022.11.27

와우산 백합나무

잘생긴 백합나무 김 재 황 어느 날 좋은 벗과 와우산을 오르다가 옛 바람 부르기에 힘든 걸음 멈췄는데 거기서 우린 보았지 아름다운 이 나무. 잘 빠진 여인처럼 매끈하게 뻗은 줄기 임이나 만난 듯이 안아 봐도 괜찮을까, 우리는 꿈길 속에서 부신 눈을 감았지. 강물은 또 흘러서 저 바다에 닿았지만 넌 아직 젊은 잎에 마음결을 적시었고 늦었지 너무 늙었지 우린 함께 슬펐네.

가지런한 시조 2022.11.25

핼러윈/ 김 재 황

핼러윈 김 재 황 시월 말 바로 이날 가리키는 말 아닌가, 왜 이리 젊은이들 미리 나와 축제 열까, 호박에 도깨비 얼굴 그 노란 불 켜진다. 이 나라 언제부터 이런 행사 있게 됐나, 오직 돈 벌고자 한 거대 상권 숨었는데 저 많은 교회 십자가 무슨 꿈에 젖는가. 원래가 이 밤 오면 인신 제사 있었다네, 듣는 일 끔찍한데 가슴 아픈 압사 비극 모두 다 정신 차리고 사탄 문화 버리자! (2022년 10원 30일)

가지런한 시조 2022.10.31

우리 노래/ 김 재 황

우리 노래 김 재 황 우리가 이 세상을 살고 감은 짧겠으나 좋은 벗 만나고서 즐거운 삶 가졌으니 무엇을 바랄 것인지 이 노래에 싣는다. 둘이서 걷던 길은 늘 가늘고 외졌어도 술 한잔 아니 들고 걸음걸이 느렸으니 무엇이 바쁠 것인지 이 노래를 짓는다. 모두가 마주 보고 함께할 순 없겠지만 남긴 글 읽노라면 더운 숨결 맞으리니 무엇에 기댈 것인지 이 노래로 알린다.

가지런한 시조 2022.0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