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조 30편) 14. 이슬을 보며 이슬을 보며 김 재 황 풀잎에 맺혀 있는 이슬방울 모습처럼 즐겁게 빛나다가 떠날 수는 없는 걸까 맑은 넋 젖은 눈빛이 가슴 깊이 안겨든다. 이슬과 빛이 만나 무지개를 그리듯이 우리가 지닌 삶도 이슬 같은 사랑으로 저마다 아름다움을 끝까지 지켜야 하네. 잠시 있다 떠난다고 그댄 슬퍼하진 마라 .. 시조 2009.07.11
(다시 시 30편) 20. 아름다운 동박새 아름다운 동박새 김 재 황 어디에 숨어서 기다렸는지 추운 계절에 사랑을 찾아서 너는 명랑하고 우아하게 날아온다. 뜨겁게 앓는 입술로, 변함없이 푸른 가슴으로 동백꽃은 오로지 너를 기다리고 있다. 잘 닦인 부리를 지닌 너는 배고픔을 하얀 눈빛으로 채우며 매우 사랑스럽게 살아간다. 철썩이는 .. 시 2009.06.20
(다시 시 30편) 25. 부끄러운 연꽃 부끄러운 연꽃 김 재 황 꽃 한 송이가 하품 물고 일어서서 가만히 물거울을 내려다본다. 그 안에서는 아주 꼭 닮은 얼굴이 연꽃을 올려다본다. 누가 볼세라 서로 부끄럽구나. 볼이 붉어질수록 더욱 고운 향기 사랑이여 그대�� 멈추어 서서 나를 향해 모두 웃음 지어 보아요. 내 가슴은 금방 물이 들 .. 시 2009.06.15
(다시 시 30편) 24. 지지 않는 달 지지 않는 달 김 재 황 여전히 바로 그 자리에 둥근 보름달 하나 열려 있다. 작은 창밖에는 일그러진 반달이 떴다가 지고 초승달이 돌아서서 종종걸음을 쳐도 예전 그 모습 그대로 환한 보름달 하나 매달려 있다. 사랑아, 이렇듯 모진 세상을 살면서 어찌 보름달처럼 둥글기만 했겠는가. 향기롭기만 했.. 시 2009.06.14
(다시 시 30편) 21. 겨울 산을 오르면 겨울 산을 오르면 김 재 황 거기, 고요가 살고 있다. 해묵은 기침 소리 모두 잠재우고 두툼한 햇솜이불 넓게 깔아놓고 하얀 숨결이 날개를 접고 있다. 낮아서 더욱 아늑한 자리 시린 바람 불어서 한껏 자유로운 곳 안 말해도 알아듣고 만지지 않아도 느껴지는 그분의 결코 늙지 않는 사랑 졸고 있는 산.. 시 2009.06.10
(다시 시 30편) 13. 떡갈잎 그 손 떡갈잎 그 손 김 재 황 지니고 있는 손이 넓으면, 그 마음 또한 커다랗다고 하였던가. 남에게 베푸는 즐거움으로 그 빛깔은 마냥 푸르기만 하다. 생겨나서 단 하루도 쉴 틈이 없이 부지런히 일에만 매달렸으니 살결이야 당연히 거칠지 않겠느냐. 굵은 힘줄이 드러나 있어서 고단한 네 일상을 짐작하게 .. 시 2009.05.30
(114) 나폴레옹은 팽두이숙을 생각하다 (114) 장미는 ‘사랑과 순결’을 나타내는 꽃말을 지니고 있습니다. 한 송이 장미꽃을 방문에 걸어놓으면 ‘지금 그 방안에서는 은밀한 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뜻이고, 두 개의 꽃봉오리와 한 송이의 꽃을 한데 묶어 놓으면 ‘비밀’이란 꽃말이 되기도 했답니다. 또, 아직 활짝 피지 않은 장미의 .. 봉쥬르, 나폴레옹 2008.12.20
(자선시조 30편) 8. 맷돌 맷 돌 김 재 황 어쩌다 그대 몸은 그렇듯이 얽었어도 끝까지 그 삶이야 동그란 사랑이었소 무겁게 가슴에 안은 원한조차 갈아 내는. 원래는 땅 속에서 벌겋게 끓었을 텐데 그 정열 잠재우고 무언으로 머문 그대 누군가 다시 껴안고 긴 숨결을 불어넣었소. 가만히 귀 기울이면 천둥소리 머금은 듯 세상.. 시조 2008.11.02
인사동을 가다 (인사동 거리1) 인사동은 젊은이들이 늘 물결을 이룹니다. 그 모습들이 아름답기 그지 없습니다. 그러니 어찌 시 한 수를 짓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인사동 거리 김 재 황 새파란 숨결들이 물이 되어 흐르는 곳 몸과 몸이 맞닿으면 더욱 크게 빛을 내고 가슴엔 둥둥 떠가는 옥잠화가 핍니다. 그 걸음 가.. 내 사랑, 서울 2008.06.08
6월에 덕수궁에서 만난 꽃2 노랑어리연꽃 김 재 황 비가 쏟아지고 난 후 젖은 몸이 으슬으슬하더니, 너를 이리 만나고 나서 내 마음이 금시에 따뜻해진다. 세상에 믿을 게 없다지만 오늘은 네가 바로 하느님이다. 길을 잃고 헤매는 나에게 환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며 어서 집에 가라고 타이른다. 말은 하지 않아도 눈시울이 젖.. 내 사랑, 서울 2008.0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