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채 그 꽃 소식에/ 김 재 황 [워낭 소리] 편 유채 그 꽃 소식에 김 재 황 내가 살던 남쪽 섬에 봄이 이제 눈 떴다니겨울 동안 쓰다가 만, 그 편지를 마저 쓰고‘그립다.’ 말 한마디를 마지막에 꼭 붙일래. 봄이야 뭐 편지 받고 나를 알 수 있을까만옳지 그래 짝사랑에 들뜬 마음 띄워 보면‘맡아라!’ 노란 그 향기, 바람결에 답할는지-. (2014년) 오늘의 시조 2024.11.11
밤에 내리는 비/ 김 재 황 [워낭 소리] 편 밤에 내리는 비 김 재 황 무슨 슬픔 지녔기에 밤새도록 주룩주룩사연 듣지 못했어도 가슴 먼저 젖어 들고뿌옇게 창밖 너머로 떠오르는 얼굴 있다. 빗소리가 가득 차면 목구멍은 컬컬하고금방 부친 빈대떡에 탁주 한 잔 벌컥벌컥게다가 젓가락 장단 어울리는 노래 있다. 어둠 밟고 올라가니 맑디맑은 백담계곡언덕에 선 떡갈나무 웃으면서 비를 맞고하늘로 시조 외우며 걸어가는 모습 있다. (2014년) 오늘의 시조 2024.11.10
목련 그 봄맞이/ 김 재 황 [워낭 소리] 편 목련, 그 봄맞이 김 재 황 정녕 봄은 이곳에도 찾아오긴 하나 보다, ‘목련 그 빈, 가지 끝에’ 마음 급한 꽃망울들어디쯤 오고 있는지 봄맞이가 한창이다. 정말 봄이 올 적에는 깡충깡충 뛰어올까,‘목련 그 먼, 눈길 따라’ 곱게 빚은 어리광들언덕에 봄바람 불면 환호성을 칠 성싶다. (2014년) 오늘의 시조 2024.11.09
새벽에 잠이 깨니/ 김 재 황 [워낭 소리] 편 새벽에 잠이 깨니 김 재 황 번쩍 눈이 뜨이고는 잠도 멀리 달아나고천장 보고 누웠으니 온갖 망상 몰려들고차라리 이불 밖으로 벌떡 몸을 일으킨다. 수탉 깨어 울기에는 아직 너무 이른 시각창밖 멀리 바라보면 별만 총총 먼 꿈인데고요가 고이기 전에 얼른 책을 펼쳐 든다. (2014년) 오늘의 시조 2024.11.08
미리내 성지/ 김 재 황 [워낭 소리] 편 미리내 성지 김 재 황 고요가 깔린 길을 빈 몸으로 걸어가니나무들이 반겨 맞고 산도 두 팔 벌리는데왜 그리 마음 바쁜지 가쁜 숨결 내쉰다. 바람은 소리 없이 고개 숙여 기도하고먼 하늘이 구름 안고 엷은 미소 보이는 곳저것 봐, 가슴 깊숙이 푸른 말만 젖는다. (2012년 3월 13일) 오늘의 시조 2024.11.04
봄비 이미지/ 김 재 황 [워낭 소리] 편 봄비 이미지 김 재 황 조금씩 소리 없이 부슬부슬 내리는 비깨닫지 못하도록 마음조차 적시는데이마가 매우 시리게 첫사랑이 오는 소리. 추위가 안 떠나니 꽃소식은 이르지만살금살금 걸어와서 두 눈 살짝 가리려는아직껏 그 말괄량이 늙지 않는 첫사랑. (2014년) 오늘의 시조 2024.11.03
국궁의 노래/ 김 재 황 [워낭 소리] 편 국궁의 노래 김 재 황 살짝 몸을 틀고 서서 앞을 곧게 바라보고큰 숨 가득 모아 쉬며 뜻을 걸고 높이 든다.하늘 땅 너른 자리에 오직 내가 있을 뿐. 둥근 달을 겨냥하듯 줄을 힘껏 당겼다가텅 빈 마음 다시 씻고 손을 곱게 놓아준다,바람 꿈 모인 곳으로 날개 펴는 하늘 길. 이미 빛은 떠나가고 소리 겨우 남았으니두 눈 모두 감은 채로 다만 귀를 멀리 연다,산과 강 넘고 건너는 그 기다림 파랄 터. (2014년) 오늘의 시조 2024.11.02
커피에 대하여/ 김 재 황 [워낭 소리] 편 커피에 대하여 김 재 황 처음에 이 땅에서 즐긴 이는 고종 임금그때는 그 이름이 발음 따라 그저 ‘가비!’지금도 저문 빛깔에 무슨 음모 감춘 듯. 아침에 눈을 뜨면 무심결에 찾게 되고그 한 잔을 마셔야만 가슴속이 후련하니비로소 이게 독인 줄 밝고 희게 알겠다. (2014년) 오늘의 시조 2024.11.01
유묘도를 보며/ 김 재 황 [워낭 소리] 편 유묘도를 보며 김 재 황 따사로운 들판 위로 날아오는 벌 한 마리제 세상을 만났으니 두려울 게 있겠는가,누구든 가만 안 둔다, 내 앞길을 막는 자는. 잠을 쫓던 고양이가 그 꼴 아니 같잖겠나,두 귀 번쩍 세우고서 쪼끄만 놈 노려보는모든 게 멈춘 그 순간, 하늘 끝도 팽팽하다. (2014년) 오늘의 시조 2024.10.31
이어도를 보며/ 김 재 황 [워낭 소리] 편 이어도를 보며 김 재 황 꼬리로 물을 차고 물 밖으로 솟구치니넓게 펼친 지느러미 훨훨 나는 날개인데부릅뜬 그 두 눈알에 하늘빛이 하얗다. 저 아래 얕은 물로 몰려가는 물고기 떼물풀 잎이 흔들려도 소스라쳐 놀라는 듯한 자락 엷은 그늘에 그 숨결을 숨긴다. (2014년) 오늘의 시조 2024.1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