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 동심원/ 김 재 황 [워낭 소리] 편 김제 동심원 김 재 황 낮은 자리 굽어보면 둥근 눈빛 더욱 깊고옛 나라 땅 다시 찾는 맞바람이 늘 불어도우뚝한 돌 한 덩이만 이끼 속에 삭는다. 나라 사람 가지런히 아이 마음 안고 사니동녘 하늘 또 열리고 가슴 비운 동동 누각귀 열면 외로운 섬이 물결 끌며 떠온다. (2012년 7월 7일) 오늘의 시조 2024.10.09
숨어 있는 선행/ 김 재 황 [워낭 소리] 편 숨어 있는 선행 김 재 황 미루나무 아래에서 위쪽으로 고개 들면가지들이 쉴 새 없이 빈 하늘을 쓸고 있지묵묵히 옷소매 걷고 걸레질도 하고 있지. 미루나무 숨긴 베풂 그게 이리 있었기에맑은 가슴 여는 마음 엿볼 수가 있는 거지그나마 따뜻한 햇볕 그렇기에 받는 거지. (2015년) 오늘의 시조 2024.10.08
보라매공원/ 김 재 황 [워낭 소리] 편 보라매공원 김 재 황 하늘을 바라보니 아직 어린 부리 빛깔동그란 연못 밖에 지저귐이 묻어 있고철 이른 버드나무만 성긴 그늘 내린다. 꽃길을 걸어가면 외짝 날개 슬픈 소리첫걸음 그 발자국 젖은 듯이 찍혔는데좀 늙은 느티나무도 시린 무게 늘인다. (2012년) 오늘의 시조 2024.10.07
봉천동 마애미륵불좌상/ 김 재 황 [워낭 소리] 편 봉천동 마애미륵불좌상 김 재 황 하늘을 받든 마을 쓰다듬는 산자락에단단한 바위에서 견디어 온 돋을새김부처님 앉은 모습이 깃털처럼 날린다. 외로운 자리마다 서러움은 널려 있고가난한 사람들을 달래 왔을 마음이여내보인 연꽃 송이가 남모르게 떨린다. 살며시 왼쪽으로 몸을 틀고 앉았으니오로지 맑은 삶만 가슴속에 품었을까사백년 가까운 길을 숨소리로 밝힌다. (2014년) 오늘의 시조 2024.10.06
손에서 손으로/ 김 재 황 [워낭 소리] 편 손에서 손으로 김 재 황 머나먼 아프리카 한 곳에서 만난 아이힘들게 잡았는지 물고기를 들고 있어무심코 손을 내미니 그걸 선뜻 주더란다. 어쩌지 그 마음을 무엇으로 갚아 주지옳거니 망고나무 자꾸 심어 3만 그루맛있게 그 열매 먹는 아이들을 그렸단다. (2014년) 오늘의 시조 2024.10.05
대야미역 그 이름/ 김 재 황 [워낭 소리] 편 대야미역 그 이름 김 재 황 이 이름이 왜 이렇지, 큰 들녘이 아름답다?알고 보니 그게 아냐, 뜻풀이가 ‘큰 밤의 맛’중국의 관광객들은 환락가냐 물었다네. 어찌어찌 찾아낸 것, 원래 이름 ‘큰논배미!’‘논’ 자 슬쩍 지우고서 ‘큰배미’를 ‘대야미’로아직도 일본 잔재가 버젓하게 행세하네. (2014년 7월 1일) 오늘의 시조 2024.10.04
기차 여행/ 김 재 황 [워낭 소리] 편 기차 여행 김 재 황 가락을 굴려 보면 신명 들린 칙칙폭폭꿈결로 귀에 닿자 비린 멀미 살아나고두둥실 풍경을 따라 변사 음성 울린다. 터널이 입 벌리고 앞에 어흥 나타나도외마디 힘찬 기적 크게 울고 달려간다,달가닥 어둠을 밟는 박자 실린 북소리. 좌석에 몸을 묻고 흰 얼굴을 불러보면깨같이 쏟는 얘기 소곤거린 달빛 노래차창 밖 펼쳐진 들에 구전설화 엮인다. (2015년) 오늘의 시조 2024.10.03
붓꽃을 보며/ 김 재 황 [워낭 소리] 편 붓꽃을 보며 김 재 황 산책하는 오솔길에 묵향 언뜻 피어나니물빛 짙은 꽃잎 끝에 스친 하늘 오래 떨고나 또한 가파른 숨결 다시 한번 추스르네. 돌 틈에서 철쭉꽃들 울컥 울음 토했으나산바람은 못 본 듯이 바삐 곁을 지나치고나 홀로 바로 네 앞에 꿇어앉아 붙을 잡네. (2015년) 오늘의 시조 2024.10.02
내 사랑 독도/ 김 재 황 [워낭 소리] 편 내 사랑 독도 김 재 황 오히려 안 보여서 더욱 눈에 선한 것을홀로 멀리 떨어져도 우리 품에 안긴 것을낮이면 바람을 타고 네 자리를 찾는다. 꽃보다 더 여려서 크게 마음 가는 것을아주 작은 섬이라도 우리나라 땅인 것을밤에는 꿈결 너머로 네 안부를 묻는다. 아끼고 또 품어서 목마름이 없는 것을굳어 마른 돌이어도 샘이 맑게 솟는 것을날마다 하늘 쪽지에 내 사랑을 적는다. (2015년) 오늘의 시조 2024.10.01
절에 눈이 내리고/ 김 재 황 [워낭 소리] 편 절에 눈이 내리고 김 재 황 내린다, 절 마당에 시름없이 쏟아진다,움츠린 고요마저 흰 눈 속에 파묻히면스님의 염불 소리만 때구루루 구른다. 흰 눈이 쌓일수록 절 지붕은 낮아지고보인다, 하늘길이 번지르르 나타난다,스님의 모은 손끝도 더욱 높이 떨린다. 외롭게 세운 탑은 발을 동동 구르는데고라니 숨결처럼 마음 문을 여는 스님철버덕! 흰 눈꽃 진다, 절 안팎이 놀란다. (2010년 3월 1일) 오늘의 시조 2024.0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