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 30편) 10. 놓이는 이유 놓이는 이유 김 재 황 여린 마음을 지니고 달려가면 그 앞에 다다를 수 있을까. 일곱 빛깔의 층계를 딛고 오르면 하늘나라에 이를 수 있을까. 그분은 저 높은 허공 어디에 저리 고운 사다리를 숨겨 두셨는지, 무슨 일에 쓰시려고 커다란 꽃 사다리를 마련해 두셨는지 나는 도무지 알 수가 없네. 커다랗.. 시 2009.05.27
(다시 시 30편) 8. 모두 젖는다 모두 젖는다 김 재 황 어둠에 잠기면 남몰래 하늘을 바라보며 읊고 있는 나무의 시를 듣는다. 너무나 시리다. 물결은 흘러가고 물소리만 남은 시 가지를 딛고 내린 달빛이 그 위에 몸을 포개고 시가 닿는 자리는 모두 젖는다. 시 2009.05.25
(자선시조 30편) 22. 저 하늘을 바라보며 저 하늘을 바라보며 김 재 황 너무나 멀고 깊어 내가 닿을 수 있을까 그 빛깔 너무 맑아 나도 머물 수 있을까 가만히 바라다보면 왠지 자꾸 눈물 난다. 어둠이 깔릴 때면 더욱 감감한 속사정 저 별들 이야기도 깜박깜박 쏟아지고 공연히 그리운 얼굴만 더듬더듬 내려온다. 얼마나 넓은 강이 거기 흐르고.. 시조 2008.11.19
(자선시조 30편) 18. 가벼운 길 가벼운 길 김 재 황 접었던 두 날개를 넓게 펴는 그 흰 숨결 마음이 가벼워서 저 구름을 닮는 걸까 시린 발 딛고 오르는 가난의 길이 보인다. 가야 할 고향 집은 아주 멀리 놓여 있어 출렁대는 바다 위에 높직하게 그린 항로 지친 몸 타고 누르는 저녁놀빛 털어 낸다. 눈보다 하얀 깃을 진솔인 양 가다듬.. 시조 2008.11.15
(자선시조 30편) 3.동학사에서 (자선시조 30편) 3, 동학사에서 By 녹시 (0점) 2008-09-25 동학사에서 김 재 황 골짜기 가린 숲에 머문 새는 잠이 들고 꿈결에 뒤척이면 솔 냄새가 이는 바람 천수경 외는 소리만 홀로 밤을 새깁니다. 어둠을 밝혀 가는 믿음이 곧 하늘이라 구름은 문을 열어 저승까지 환한 달빛 관세음 고운 눈길이 미소 한 점.. 시조 2008.10.28
(자선시 30편) 17. 우주음악 우주 음악 김 재 황 뜨거운 태양이 이제 풀의 머리 위를 지나가 버리고 바람도 쓸쓸히 떠나고 마지막으로 세상도 어둠에 묻히고 모두가 가 버린 지금 위대한 입술이 풀잎을 위하여 부는 피리 소리 떨리는 느낌으로 외롭게 만나는 우주 음악 내가 풀숲 곁을 걸어가고 내 마음이 풀잎 속으로 들어가고 산.. 시 2008.10.11
(자선시 30편) 13. 사랑놀이 사랑놀이 김 재 황 어디만큼 쏘아 올렸나. 우레 소리로 홰를 차고 날아가서 번개처럼 깃을 펴고 꽃피운다. 높이 뿌려놓은 별빛 밟으며 하나로 어우러져 춤을 벌인다. 눈빛 뜨겁게 마주 닿으면 차가운 가슴에도 불꽃이 필까. 저 하늘에 피가 돌아서 어둠의 갈피마다 꽃물 들이고 타다가 스러져서 별을 .. 시 2008.10.07
(자선시 30편) 5. 낙성대 낙성대 김 재 황 사당동에서 까치고개를 오른 후, 바라보면 알 수 있다. 어두운 하늘에서 별 하나 떨어져서 꽃다운 한 목숨 피어난 곳 거센 바람 앞에 촛불 같던 옛 나라 작은 몸 크게 나서서 굳게 지키고 그 숨결 머물러 아직도 뿌리고 있는 향기를 맡을 수 있다.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 보아라. 천 년 .. 시 2008.09.30
(자선시 30편) 3. 치자꽃 향기 치자꽃 향기 김 재 황 오늘은 그가 냉수 한 바가지 달랑 떠서 들고 나를 찾아왔다. 물푸레마음이 들어앉았던 물인가 맑은 하늘이 가득 담기어 있다. 내가 받아서 마시니 단박에 온 세상이 파랗다 나는 무엇으로 손님을 대접해야 하나 아무것도 내놓을 게 없다. 내가 그저 활짝 흰 이를 내보이니 그는 답.. 시 2008.09.29
아, 한강이여! 전철을 타고 건너며 사진 한 장을 찰칵! 한강을 바라보며 김 재 황 태백의 물줄기가 흘러내려 숨을 트고 목울음을 한입 가득 새파랗게 열린 하늘 굽이친 소용돌이에 나룻배가 뜨고 있다. 우통수 시름자락 길고 길게 늘이고서 물비늘은 눈빛 반짝 이 가슴을 파고드나 눈감은 민물조개도 자갈처럼 누워 .. 내 사랑, 서울 2008.07.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