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이는 이유
김 재 황
여린 마음을 지니고 달려가면
그 앞에 다다를 수 있을까.
일곱 빛깔의 층계를 딛고 오르면
하늘나라에 이를 수 있을까.
그분은 저 높은 허공 어디에
저리 고운 사다리를 숨겨 두셨는지,
무슨 일에 쓰시려고 커다란
꽃 사다리를 마련해 두셨는지
나는 도무지 알 수가 없네.
커다랗게 동그라미를 반쯤 그려서
색동옷을 입혀 놓았으니, 누구든
동심으로 돌아가지 않고서는
하늘로 갈 수 없다는 의미가 아닐까.
맑은 날이 아니라
한 차례 비가 내리고 난 다음에
저토록 고운 무지개가 놓이는 이유는
참다운 눈물을 흘린 후에야
그분께 갈 수 있다는 뜻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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