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 30편) 11. 먼 곳을 바라보며

시조시인 2009. 5. 28. 21:58

      먼 곳을 바라보며


                                  김 재 황



 

 

 


길이 너무 머니, 먼 곳을 바라보며

외롭게 모두 걸음을 옮긴다.

달빛을 벗 삼아 밤에만 떠나는 길

긴 그림자가 내 뒤를 따르고,

조심스레 고요만 밟고 가는데

누웠던 들꽃들이 하얗게 잠을 깬다.

우리는 너무 힘든 길을 걷고 있다.

그것도 넓은 들길이 아니라

좁고 험한 산길이니,

불 켠 초롱꽃 한 포기 멀리 바라보며

부지런히 앞으로만 발을 딛는다.

밤길을 기쁘게 걸어가는 그 곳

동구 밖 느티나무 아래에서 그분이

기다리고 계실 것임을

우리 모두는 마음 뜨겁게 믿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