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 30편) 10. 놓이는 이유

시조시인 2009. 5. 27. 17:56

      놓이는 이유


                              김 재 황

 





여린 마음을 지니고 달려가면

그 앞에 다다를 수 있을까.

일곱 빛깔의 층계를 딛고 오르면

하늘나라에 이를 수 있을까.

그분은 저 높은 허공 어디에

저리 고운 사다리를 숨겨 두셨는지,

무슨 일에 쓰시려고 커다란

꽃 사다리를 마련해 두셨는지

나는 도무지 알 수가 없네.

커다랗게 동그라미를 반쯤 그려서

색동옷을 입혀 놓았으니, 누구든

동심으로 돌아가지 않고서는

하늘로 갈 수 없다는 의미가 아닐까.

맑은 날이 아니라

한 차례 비가 내리고 난 다음에

저토록 고운 무지개가 놓이는 이유는

참다운 눈물을 흘린 후에야

그분께 갈 수 있다는 뜻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