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선시 30편) 5. 낙성대

시조시인 2008. 9. 30. 21:16

                낙성대


                        


                                            김 재 황


 

  사당동에서 까치고개를 오른 후, 

  바라보면 알 수 있다.

  어두운 하늘에서 별 하나 떨어져서

  꽃다운 한 목숨 피어난 곳

  거센 바람 앞에 촛불 같던 옛 나라

  작은 몸 크게 나서서 굳게 지키고

  그 숨결 머물러 아직도 뿌리고 있는

  향기를 맡을 수 있다.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 보아라.

  천 년 전 꿈에 잠겨 있는 석탑에서

  거란을 물리친 호령 소리 들을 수 있고

  맑은 눈 다문 입의 영정에서

  오늘의 진정한 용기를 배울 수 있다.

  칼을 들고 나아가서 나라를 구하고

  붓을 들고 물러나서 민족을 사랑한 임

  그는 멀리 있지 않다.

  우리 곁에 지금도 당당히 살아 있다.

  까치고개를 걸어 내려간 다음, 

  왼쪽으로 다시 언덕을 조금 오르면

  누구나 금방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