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선시 30편) 2. 다례음복

시조시인 2008. 9. 29. 05:02

 

             다례 음복




                                                  김 재 황

 

 


   뵈옵듯 허연 수염 쓰다듬는

  바람도 아니고, 구름은 더욱 아닌

  우리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 ―

  열어 놓은 무릎 앞에

  한 잔 푸른 산 기운을 바친다

  그저 몸둘 바 모를 속내를 담아 올린다

  만경 창파의 까치놀이 왁자지껄 몰려든다


  어진 아내의 말소리가

  물소리를 데리고 또 쏟아져 내린다

  온 방안을 나풀거리며 돌아

  낮은 콧등에 내려앉는 초록빛 향기

  물길로 통일로를 단숨에 달려

  임진강 나루에 머무는 발걸음, 여기

  고향은 주저앉아 난 모르겠네 흔들린다


  파르스름히 우려 낸 눈물꽃을 마신다

  목구멍을 지나, 무덤 저 편까지 따뜻하다

  북극 남극에서 빙설이 녹고

  입술마다 이마마다 바다 물빛 차 오른다

  허허 웃으며 무너지는 칠성 하늘의

  붉힌 노을 속으로

  꽃상여가 흘러간다, 질긴 핏줄이 땅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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