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잠이 깨니/ 김 재 황 [워낭 소리] 편 새벽에 잠이 깨니 김 재 황 번쩍 눈이 뜨이고는 잠도 멀리 달아나고천장 보고 누웠으니 온갖 망상 몰려들고차라리 이불 밖으로 벌떡 몸을 일으킨다. 수탉 깨어 울기에는 아직 너무 이른 시각창밖 멀리 바라보면 별만 총총 먼 꿈인데고요가 고이기 전에 얼른 책을 펼쳐 든다. (2014년) 오늘의 시조 05:15:13
봄은 봄/ 김 재 황 [워낭 소리] 편 봄은 봄 김 재 황 (1)비라고 내렸는데 땅거죽이 젖을 정도저 해는 구름 열고 얼굴 살짝 뵌 게 전부꽃송이 열릴 리 없지, 봄은 아직 취침 중. (2)쓸리는 바닷물에 꿈 조각만 오직 둥실헛바람 늘 불어도 깃발 하나 겨우 펄럭유채꽃 언제 피었나, 봄이 벌써 산책 중. (2014년) 카테고리 없음 2024.11.07
보리건빵/ 김 재 황 [워낭 소리] 편 보리건빵 김 재 황 생긴 것 네모지고 두 눈 콕 찍혔는데배가 고픈 졸병 시절 혼자 먹기 으뜸이라남몰래 입속에 넣고 살살 녹여 삼켰다네. 맛이야 별로 없이 구수한 게 전부지만보기 좋고 먹기 좋은 온갖 과자 외면하고언제든 산을 가자면 그걸 꼭꼭 챙겼다네. (2014년) 카테고리 없음 2024.11.06
난곡 입구 사랑방/ 김 재 황 [워낭 소리] 편 난곡 입구 사랑방 김 재 황 창밖에는 감나무가 높은 키로 기웃하고방안에는 난 한 촉이 부푼 망울 흔드는데은은한 커피 향기는 절로 깊이 꿈꾼다. 외진 숲을 다녀온 듯 멧비둘기 다가서고둥근 못에 담긴 연꽃 그 한 잎이 젖었어도잔잔한 음악 소리만 홀로 곱게 춤춘다. 세 벗이 모인 날은 편 마음이 모두 바다푸른 바람 부는 대로 흰 돛단배 띄워 놓고넉넉한 인생 이야기 그칠 줄을 모른다. (2014년) 카테고리 없음 2024.11.05
미리내 성지/ 김 재 황 [워낭 소리] 편 미리내 성지 김 재 황 고요가 깔린 길을 빈 몸으로 걸어가니나무들이 반겨 맞고 산도 두 팔 벌리는데왜 그리 마음 바쁜지 가쁜 숨결 내쉰다. 바람은 소리 없이 고개 숙여 기도하고먼 하늘이 구름 안고 엷은 미소 보이는 곳저것 봐, 가슴 깊숙이 푸른 말만 젖는다. (2012년 3월 13일) 오늘의 시조 2024.11.04
봄비 이미지/ 김 재 황 [워낭 소리] 편 봄비 이미지 김 재 황 조금씩 소리 없이 부슬부슬 내리는 비깨닫지 못하도록 마음조차 적시는데이마가 매우 시리게 첫사랑이 오는 소리. 추위가 안 떠나니 꽃소식은 이르지만살금살금 걸어와서 두 눈 살짝 가리려는아직껏 그 말괄량이 늙지 않는 첫사랑. (2014년) 오늘의 시조 2024.11.03
국궁의 노래/ 김 재 황 [워낭 소리] 편 국궁의 노래 김 재 황 살짝 몸을 틀고 서서 앞을 곧게 바라보고큰 숨 가득 모아 쉬며 뜻을 걸고 높이 든다.하늘 땅 너른 자리에 오직 내가 있을 뿐. 둥근 달을 겨냥하듯 줄을 힘껏 당겼다가텅 빈 마음 다시 씻고 손을 곱게 놓아준다,바람 꿈 모인 곳으로 날개 펴는 하늘 길. 이미 빛은 떠나가고 소리 겨우 남았으니두 눈 모두 감은 채로 다만 귀를 멀리 연다,산과 강 넘고 건너는 그 기다림 파랄 터. (2014년) 오늘의 시조 2024.11.02
커피에 대하여/ 김 재 황 [워낭 소리] 편 커피에 대하여 김 재 황 처음에 이 땅에서 즐긴 이는 고종 임금그때는 그 이름이 발음 따라 그저 ‘가비!’지금도 저문 빛깔에 무슨 음모 감춘 듯. 아침에 눈을 뜨면 무심결에 찾게 되고그 한 잔을 마셔야만 가슴속이 후련하니비로소 이게 독인 줄 밝고 희게 알겠다. (2014년) 오늘의 시조 2024.11.01
유묘도를 보며/ 김 재 황 [워낭 소리] 편 유묘도를 보며 김 재 황 따사로운 들판 위로 날아오는 벌 한 마리제 세상을 만났으니 두려울 게 있겠는가,누구든 가만 안 둔다, 내 앞길을 막는 자는. 잠을 쫓던 고양이가 그 꼴 아니 같잖겠나,두 귀 번쩍 세우고서 쪼끄만 놈 노려보는모든 게 멈춘 그 순간, 하늘 끝도 팽팽하다. (2014년) 오늘의 시조 2024.10.31
이어도를 보며/ 김 재 황 [워낭 소리] 편 이어도를 보며 김 재 황 꼬리로 물을 차고 물 밖으로 솟구치니넓게 펼친 지느러미 훨훨 나는 날개인데부릅뜬 그 두 눈알에 하늘빛이 하얗다. 저 아래 얕은 물로 몰려가는 물고기 떼물풀 잎이 흔들려도 소스라쳐 놀라는 듯한 자락 엷은 그늘에 그 숨결을 숨긴다. (2014년) 오늘의 시조 2024.1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