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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나폴레옹은 대답이 얼른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러는 사이에, 어머니는 언성을 좀 높여서 엄한 얼굴로 다그쳤습니다.
“너는 코르시카의 어린이다. 그런데 너는 왜 우리의 적인 프랑스 군인에게 흰 빵을 주는 거니?”
여기에서 ‘빵’ 이야기를 조금 해야 하겠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떡을 해서 먹었으나, 외국 사람들은 빵을 만들어 먹었습니다. ‘빵’은 ‘반죽한 곡식 가루를 굽거나 쪄서 굳힌 음식’입니다.
어머니는 이미 모든 사실을 알고 있었던 듯합니다. 그러나 어머니의 말에는, 맞는 부분도 있고 맞지 않는 부분도 있습니다. 프랑스 군인에게 흰 빵을 준 것은 사실이지만, 그냥 주는 게 아닙니다. 프랑스 군인들이 먹는, 검은 빵과 바꾸는 겁니다. 그 사실을 어머니는 미처 몰랐던 겁니다. 어머니는 아들이 ‘이덕보원’하는 줄로만 알았겠지요. ‘이덕보원’(以德報怨)이란, ‘원수에게 은혜를 베푸는 것’을 이릅니다.
나폴레옹은 어머니를 바라보며 대답했습니다.
“나는 군인들이 먹는, 맛없는 빵을 먹으려고 했습니다. 맛없는 빵을 잘 먹게 되었으면 합니다.”
왜 나폴레옹은 맛없는 빵을 잘 먹게 되기를 바랐을까요? 그리고 맛있는 빵은 무엇이고 맛없는 빵은 무엇일까요? ‘빵’을 ‘떡’으로 바꾸어서 생각해 보겠습니다. ‘맛있는 떡’은 그냥 ‘떡’이라고 부릅니다. 그러나 ‘맛없는 떡’은 ‘개떡’이라고 하지요. ‘개떡’은 ‘밀가루나 보릿가루 또는 노깨나 메밀 속나깨 따위를 반죽하여 둥글넓적한 모양으로 아무렇게나 반대기를 지어서 찐 떡’을 말합니다. 그래서 ‘개떡 같다.’라고 하면, 사람이나 물건을 낮보아 놀리는 말로, ‘하잘 것 없다.’라는 뜻이 됩니다. 이는 속된 말이지요. 그런가 하면, ‘보리떡’도 있습니다. 이는, ‘보리쌀의 고운 겨나 보릿가루로 만든 떡’입니다. 이 보리떡에 대한 속담으로 ‘보리떡을 떡이라고 하며, 의붓아비를 아비라고 하랴.’라는 게 있지요. ‘보리떡과 의붓아비는 좋지 않다.’는 뜻입니다. ‘속담’(俗談)은 ‘일반 사람들의 지혜가 뭉쳐서 널리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말’입니다. 그런데 ‘속담’은 언제부터 나타나게 되었느냐고요? 우리나라에서 ‘속담’이란 말이 처음으로 쓰이기 시작한 것은 조선 중기 ‘어우야담’(於于野談)이나 ‘동문유해’(同文類解) 같은 책이랍니다. 하지만 실제로 쓰이기는 그보다 훨씬 앞이라고 여겨집니다. 문헌에 나타난 최초의 속담은, 삼국유사의 ‘욱면비염불서승’(郁面婢念佛西昇)이라는 설화에 나오는, ‘내일 바빠 한댁(大家) 방아 서두른다.’이라는군요.
어린 나폴레옹은, 코르시카 어린이답게 참으로 기특합니다. ‘기특(奇特)하다.’는 ‘부처님이 이 세상에 온 일을 가리키는 말’인데, ‘매우 드물고 특이한 일’을 가리켰답니다. 그런데 지금은 주로 ‘어린이를 칭찬할 때에 쓰는 말’로 되었습니다. 어린이가 대견스러울 때에 쓰곤 하지요.
나폴레옹의 말을 들은 어머니는, 집히는 바가 있었습니다. 이 세상의 모든 어머니는 아들의 말 한 마디를 들으면 금시에 그 ‘속내’를 알 수 있지요. ‘속내’는 ‘속내평’의 준말입니다. 그리고 ‘속내평’이란, 사람이나 사물의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사정’을 말합니다. 어머니는 다시 묻지 않을 수 없었겠지요.
“너는 군인이 되고 싶은 게냐?”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나폴레옹은 가슴을 활짝 펴고 씩씩하게 대답했습니다.
“나는 군인이 되고 싶어요, 어머니. 이 땅에서 프랑스 군대를 몰아내기 위해!”
그 기개가 대단합니다. ‘기개’(氣槪)란, ‘어떤 어려움에도 굽히지 않는 강한 의지나 그러한 기상’을 나타냅니다. 프랑스와의 싸움에서 지게 되어 그들의 압제를 받게 된 일로, 절치부심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절치부심’(切齒腐心)이란, 몹시 분하여 ‘이를 갈며 속을 썩임’을 가리킵니다. 그렇겠지요. 어찌 안 그렇겠습니까. 우리나라에도 이런 ‘간성지재’가 많아야 합니다. ‘간성지재’(干城之材)는, ‘나라를 지키는 믿음직한 인재’를 나타냅니다. (김재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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