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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나폴레옹도 초등학교에 갈 나이가 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초등학교’라는 말을 사용한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그 전에는 ‘국민학교’(國民學校)라고 했지요. 1894년, 지금의 서울 교동초등학교 자리에 관립소학교인 한성사범학교 부속소학교가 세워졌습니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제일 먼저 세워진 ‘초등학교’입니다. 그리고 그 이듬해인 1895년 8월 1일에 ‘소학교령’이 시행되면서 한성(서울)에는 수하동소학교를 비롯한 8개의 관립소학교가 세워졌습니다. 또한, 부끄러운 ‘을사륵약’(乙巳勒約)이 강제로 체결된 그 다음해인, 1906년 8월 27일에 공포된 ‘보통학교령’에 의하여 ‘소학교’의 명칭이 ‘보통학교’로 바뀌었다가, 1938년에 다시 ‘보통학교’에서 ‘소학교’로 명칭이 바뀌었습니다. 그 후, 1941년에 ‘국민학교령’에 따라 다시 이름이 ‘국민학교’로 변경되었고, 1945년에 해방을 맞은 다음에도 오랫동안 ‘국민학교’라는 이름을 그대로 사용했습니다. 아 참, 중요한 것을 잊을 뻔했네요. 국민학교의 의무교육은 1950년 6월부터 이루어졌습니다.
나폴레옹은 다른 아이들보다 키가 작고 여윈 몸집이었다고 합니다. 소문이 나기로는, ‘대갈 장군’ 같은 꼬마였다고 하는군요. ‘대갈 장군’이란, ‘머리가 큰 사람’을 농으로 이르는 말이지요. 그와 비슷한 말로는, ‘장구머리’가 있습니다. 이는, ‘이마와 뒤통수가 쑥 내밀어진 머리라든가 그렇게 생긴 사람’을 일컫습니다. 특히 조롱하는 뜻으로 이를 때는 ‘짱구’라고 하지요. 그러나 이런 말들은 남을 놀리는 경우에 쓰는 말들이기 때문에 입에 담지 않는 게 좋습니다.
초등학교에서는 작은 아이를 괴롭히는 큰 아이가 있기도 합니다. 자기의 힘을 과시하려는 생각에서 그런 못된 행동을 하지요. ‘과시’(誇示)는, ‘자랑하여 보임’이라든가 ‘실제보다 크게 나타내어 보임’을 말합니다. 말하자면, ‘불량학생’입니다. 속된 말로, ‘깡패’라고 하기도 합니다. 이 ‘깡패’라는 말은 아주 재미있습니다. 왜냐 하면, 미국말과 한자말이 만나서 이루어진 말이기 때문입니다. 미국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폭력범죄를 일삼는 무리를 가리켜서 영어로 ‘갱’(gang)이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한자말로 행동을 함께하는 무리를 ‘패’(牌)라고 일컫습니다. 그런데 ‘갱’과 ‘패’가 합쳐져서 ‘갱패’가 되었고, 그 말이 다시 변해서 ‘깡패’가 되었다는군요. 지금은 이 말이 ‘주로 반사회적인 일을 일삼는 싸움패나 불량배들’을 가리키거나 ‘나쁜 짓을 일삼는 사람’을 단독으로 지칭하기도 한답니다.
“꼬마야, 너는 내 부하가 되어라!”
키 큰 아이가 멋도 모르고, 나폴레옹을 하찮게 보기라도 하였다간 큰일이 벌어집니다. 아무리 몸집이 큰 아이라고 하더라도, 기가 죽을 나폴레옹이 결코 아닙니다. 아이들은 ‘기’라는 말 대신에 ‘야코’라는 말을 곧잘 씁니다. ‘야코’는 ‘양코’가 변해서 된 말이랍니다. 그러므로 ‘야코가 죽는다.’라는 말은 ‘서양인의 높은 코가 낮아졌다.’라는 말이 됩니다. 뻣뻣한 사람이나 자만심이 강한 사람을 ‘콧대가 세다.’ 또는 ‘코가 높다.’라고 표현합니다. 그렇기에 ‘코가 낮아졌다.’는 이야기는 ‘그 때까지 뻣뻣하던 태도나 기세가 많이 수그러들거나 일이 잘못되어 풀이 죽은 상태’를 나타내는 말이지요. 그러나 지금은 ‘어떤 사람이나 일에 압도당해서 기를 펴지 못하는 상태’를 말합니다.
“뭐야, 이 돼지 같은 녀석아!”
나폴레옹은 ‘대갈일성’을 날리며 그에게로 달려들었습니다. ‘대갈일성’(大喝一聲)은 ‘크게 외치는 한 마디의 소리’입니다. 상대가 한두 명이 아니라 대여섯 명이라고 할지라도 그는 겁내지 않았습니다. 조그만 주먹을 쥐고 덤벼들 때는, 그 몸놀림이 ‘전광석화’ 같았답니다. ‘전광’(電光)은 ‘번개’와 ‘천둥’을 가리키는 말이고, ‘석화’(石火)는 ‘지극히 짧은 시간’을 나타내는 말입니다. 지금은, ‘전광석화’가 번갯불이 ‘번쩍’ 하는 것처럼 지극히 짧은 시간이나, 혹은 그처럼 재빠르고 날랜 동작을 가리키는 말로 되었습니다.(김재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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