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런한 시조

내 선인장/ 김 재 황

시조시인 2020. 7. 15. 22:50

(녹색 시인의 녹색 시조6)

 

 

             내 선인장

 

                                  김 재 황


잎들은 숨겨 놓고 떳떳하게 푸른 몸빛
눈부신 모래밭을 꿈길 닦듯 홀로 서서
그 바다 치는 물결도 가슴으로 맞는다.

 

사납게 돋은 가시 어김없이 뜻을 펴고
더위와 목마름을 더욱 굳게 딛고 가면
저 하늘 넓은 들판에 발걸음이 멎는다.

 

하루를 사는 일이 쉬울 수만 있겠는가,
주름진 손바닥을 마음 편케 또 보는데
이 세상 외진 곳으로 불새들이 닿는다.

 

 


[시작 메모]

선인장의 가시는 건조에 대한 적응으로 잎이 변하여 만들어졌다. 그런데 옛날에는 선인장도 야생으로 가시가 없는 종류가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얼마 가지 않아서 멸종되고 말았다고 한다. 선인장은 더운 지방에 사는 식물이지만, 우리나라 제주도 협재해수욕장 부근에 자생지가 있다. 즉, 천연기념물 제429호로 지정된 ‘선인장 마을 월령’ 군락이다. 이는, 국내 유일의 선인장 자생 군락이다. 씨앗이 원산지 멕시코에서 흘러왔다고 하는데, 분포상 학술가치가 크다.
‘내 선인장’ 작품 중 첫 수의 초장 첫 구의 첫 음보는 ‘잎들은’이다. 즉, 3음절(音節: 소리마디)로 된 ‘음보’(音步: 소리걸음)이다. 그리고 ‘음절’은 몇 개의 자음이나 모음인 음소(音素: 소리바탕)로 이루어져 있다. 시조에 있어서 각 ‘음보’의 ‘음절’ 수는 아주 중요하다. 거기에서 출렁거리는 내재율(內在律: 잠재적으로 깃들어 있는 운율)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시조는 각 장이 3 또는 4 음절로 된 음보(또는 소절)가 4번 반복하는 리듬(韻律)을 지닌다.

 

 


김 재 황
1987년 월간문학 신인작품상 당선. 시조집 [묵혀 놓은 가을엽서] [서호납줄갱이를 찾아서] [나무 천연기념물 탐방] [워낭 소리] [서다] [서다2] [지혜의 숲에서] 외. 동시조집 [넙치와 가자미]. 시조선집 [내 사랑 녹색 세상] 당시와 시조 [마주하고 다가앉기] 산문집 [비 속에서 꽃 피는 꽃치자나무] [시와 만나는 77종 나무 이야기] [시와 만나는 100종 들꽃 이야기] [그 삶이 신비롭다] 등. 시집과 평론집 다수. 세계한민족문학상 대상 수상 및 제36회 최우수예술가상 수상.
[녹색신문 제264호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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