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랑, 녹색 세상] 편
백담을 거슬러 오르며
김 재 황
뛰노는 물결 위에 시름 자락 띄워 놓고
가벼운 걸음으로 세워 보는 지느러미
내 몸에 검은 줄무늬 선명하게 나타난다.
개울가 끼고 도는 길을 따라 부는 바람
풀 그림자 흔들리며 물 밑으로 잠기는데
내 마음 펼친 물갈퀴도 산그늘을 밀며 간다.
물살 그 떨림까지 이 가슴에 안고 싶어
징검돌 딛고 서서 물에 적신 생각의 끈
내 영혼 한 꺼풀 더 벗고 비늘들이 돋아난다.
물소리 올라타고 물길 거슬러 오르면
허파는 쪼그라들고 아가미가 넓게 열려
내 꿈을 타는 물길에 물빛 하늘 포개진다.
(2002년)
(시작 노트)
백담계곡은 여러 번을 방문했다. 물론, 경치가 수려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리움을 안고 그 곳을 찾는다. 나의 벗 이성선 시인이 영원히 머무는 곳이기에 그렇다. 2001년 5월, 그는 백담사 앞의 담(潭)에 안주했다.
백담계곡(百潭溪谷)은 내설악의 가장 빼어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 강원도 인제군 북면 용대리에서부터 백담산장 앞까지 이어진 계곡이 이른바 ‘백담계곡’이다. 일명 ‘백담골’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산세는 부드러운데, 숲은 우거져서 엄숙한 기운을 보인다.
이곳은, 십이선녀탕 계곡의 물을 제외한, 내설악의 모든 물줄기가 모이는 큰 계곡이다. 이곳의 물줄기는 구불구불 흘러내리는 사행천이다. 그러므로 담(潭)이 많을 수밖에 없으며, 이름도 그 때문에 생겨났다. 백담계곡에는 두태소․청룡담․은선소․영산담 등의 귀엽고 사랑스러운 소(沼)와 담(潭)이 줄을 잇는다.
이 물줄기는 북천(北川)과 합류한다. 즉, 백담천은 그 입구인 용대리에서 미시령과 진부령 등에서 오는 북천과 만나고, 다시 흘러내려서 십이선녀탕 물줄기와 손을 잡은 다음, 인제군 북단의 합강리에서 내린천을 껴안은 후에 북한강의 지류인 소양강이 된다.
백담계곡은 늘 물소리가 가득하고, 언제나 생기에 차 있으며, 일년내내 마르는 법이 없다. 이 맑은 물에는 천연기념물인 어름치와 열목어를 비롯하여 냉수성 희귀어종인 버들치와 산천어 등이 서식하고 있다. (2002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