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랑, 녹색 세상] 편
천안 삼거리에서
김 재 황
여전히 치렁치렁 푸른 머리 늘이고서
삼거리에 나와 서는 저 과년한 능수버들
어느 임 기다리는지 또 하루가 저뭅니다.
흙먼지 날리면서 말굽 소리 달려올까,
땅거미 지는 속을 눈 비비고 다시 보는
그 모습 가물거리듯 귀엣말이 들립니다.
언제쯤 오겠다는 기별조차 아직 없어
그믐달로 키만 크는 마음 바쁜 여심이여
발걸음 그냥 못 떼고 시 한 수를 남깁니다.
(2002년)
(시작 노트)
우리나라의 봄은 ‘천안 삼거리’에서부터 온다고 하였던가. 천안 삼거리에 서 있는 능수버들은, 우수 경칩이 지나기가 무섭게 그 가지가 연초록으로 물든다. 누구인가를 기다리고 섰는 모습이 역력하다.
어쩌면, 버드나무를 꺾어 심으며, 변방을 지키는 임무를 띠고 멀리 떠난 아버지를 기다렸다는 능수 아가씨의 전설 때문일까. 그렇지 않다면 마음에 연초록 정을 심어 놓고 훌쩍 떠나 버린, 어느 임을 기다리는 그 그리움 때문일까.
천안 삼거리의 위치는 충청남도 천안시 삼룡동 306번지이다. 조선시대에 이 길은 한성에서 호남과 영남으로 가는 분기점이었다. 즉, 이 길은 천안에서 크게 두 갈래로 갈라진다. 한 길은 천안에서 차령을 넘은 후에 공주를 거쳐 논산․전주․광주․순천․여수․목포로 통하고, 다른 한 길은 천안에서 청주․보은을 거쳐 추풍령을 넘은 다음에 김천․대구․경주․동래로 통한다.
그러나 지금의 ‘천안 삼거리 공원’이 있는 이 길은 옛길이 아니다. 1940년, 러일전쟁이 일어났을 당시, 일본은 군수물자를 수송하기 위해 이곳에 신작로(新作路)를 닦았다. 그때 옛길은 없어지고 새로운 국도가 생겼다. 하지만, 삼거리(三巨里) 마을 한복판으로 가서 유심히 살피면 옛 삼거리의 흔적을 찾을 수도 있다고 한다. 천안 삼거리의 공원에는 능수버들을 심었고, 작은 호수 가에 화축관의 ‘영남루’가 옮겨져 있다. 능수버들은 흔히 가로수로 많이 심는다. 삼춘류(三春柳)․수사류(垂絲柳)․정류(檉柳) 등의 다른 이름이 있다. (2002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