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없는 비둘기
김 재 황
간밤에 함박눈이 살금살금 내렸어도
웅크린 가슴들은 놀라 깨어 깃을 털고
쫓기는 네 발자국엔 발가락이 모자란다.
막다른 골목으로 몰고 있는 검은 숨결
갈 길은 이리저리 빛을 찾아 뚫렸는데
어째서 자리 박차고 높이 날지 못하느냐.
비릿한 강바람이 마음을 쓸고 간 뒤
앉았던 빈 가지에 꿈 한 자락 걸었건만
머물 곳 없는 목숨이 하늘빛에 떨고 있다.
(200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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