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제비꽃 그 숨결이] 편
갈대꽃 고향
김 재 황
깊어진 하늘마저 물소리를 긷고 나면
나그네 발걸음도 우물가에 쉽게 멎고
그 이름 통일동산이 고요함에 잠긴다.
보름달 떠오르면 기러기는 멀리 날고
두고 간 음성들을 가슴속에 새기는데
아프게 불을 댕기면 다가서는 화석정.
바람이 불게 되면 서걱거린 맨가슴들
말없이 임의 뺨은 단풍처럼 붉어지고
감악산 비룡폭포만 웬 하소연 쏟는다.
굴뚝에 저녁연기 옹기종기 초가 마을
하루가 지나가면 땅거미가 숨는 소리
구절초 맑은 향기에 스란치마 끌린다.
메마른 들판으로 풍악 소리 떠나가고
멋쩍은 허수아빈 뒤통수를 긁고 있는
빈농의 밭뙈기에도 별빛 꿈이 쌓인다.
(2001년)
'오늘의 시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슴에 묻은 할머니/ 김 재 황 (0) | 2023.05.08 |
---|---|
하늘빛 고향/ 김 재 황 (0) | 2023.05.07 |
강물빛 고향/ 김 재 황 (0) | 2023.05.07 |
복사꽃 고향/ 김 재 황 (0) | 2023.05.06 |
고향집 연가/ 김 재 황 (0) | 2023.05.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