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제비꽃 그 숨결이] 편
강물빛 고향
김 재 황
소나기 내릴 때면 원두막이 놀라 깨고
수풀을 온통 흔든 그 말매미 울음소리
거룻배 지친 하루가 시름 위를 떠간다.
흐리고 비가 오면 뼛골까지 쑤셔 오니
벌겋게 성난 상흔 모든 아픔 달래려고
오늘도 입술 깨물면 눈이 젖는 임진강.
녹음이 머리 풀고 고개 드는 고갯마루
할머니 잠든 무덤 길고 질긴 한세월을
학바위 펼친 날개가 철통인 양 감싼다.
끈끈한 그 더위를 먹구름이 깨고 가면
내에 든 그림자는 물장구를 치며 놀고
아직도 어린 산하여 옷을 벗은 동네여.
총성에 귀가 먹고 철조망에 눈이 멀어
다 젖은 가슴으로 휴전선을 안고 있는
기다림 텅 빈 강물에 청둥오리 내린다.
(200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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