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혀놓은 가을 엽서] 편
서울역 대기실에서
김 재 황
힘차게 굴러가던 바로 그때 말굽 소리
기적이 크게 울어 개찰구를 두드리면
가출한 시골 누이가 봇짐 안고 나타난다.
흐르는 시간만큼 내 마음은 빨라지고
멀찍이 간 모습을 흑백사진 찍어 둔 채
오늘은 벤치에 앉아 무숙자로 남는다.
두려운 배고픔이 어둠마저 끌고 오면
펼쳐 본 승차권에 밥이 되는 꿈 한 송이
저마다 고향 쪽으로 시린 숨결 쏠린다.
(2005년)
'오늘의 시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무제치늪을 걱정하며/ 김 재 황 (1) | 2023.11.21 |
---|---|
인제 내린천에서/ 김 재 황 (1) | 2023.11.21 |
단수 3제/ 김 재 황 (1) | 2023.11.19 |
동강 이야기/ 김 재 황 (1) | 2023.11.19 |
창원 주남저수지에서/ 김 재 황 (0) | 2023.11.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