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사 백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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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여, 우리도 나이가 들어 갈수록
그 모습도 그 마음도 변해야 돼요
좀더 깨끗하고 좀더 가볍게 변해야 돼요
어린 백송은 연록의 줄기를 지니지만
차차 나이가 들어 감에 따라서
점점 흰 빛이 온 몸에 드러나게 되지요
오랜 세월에 자연의 이치를 깨달아서
몸빛처럼 가벼워진 영혼을 알 수 있어요
그대 또한 그 마음을 가볍게 해야 돼요
눈물겹도록 외로움에 잠긴 이 밤
나에게로 그대 훨훨 날아올 수 있게.
---김재황의 감성언어 '나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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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잖은 회화나무가 두루마기를 입고 있어요
하지만 어떠한 관습에도 얽매이지 않고
오히려 자유분방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요
넓게 펼친 소매 푸른 가지 사이로
온갖 바람이 자유롭게 드나들고 있어요
여름의 풍성한 그 그늘 밑에 들어서면
초야에 우뚝 선 선비 하나를 만날 수 있어요
상투 틀고 갓 쓴, 당당한 우리의 훈장
엄하면 엄할수록 따르고 싶은 스승이어요
그가 치는 회초리 소리도 들을 수 있어요
그의 쩌렁쩌렁한 호령 소리도 들을 수 있어요.
-- -김재황의 감성언어 '나무'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