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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동시집 '무지개'

시조시인 2009. 3. 11. 09:34

 

 

이 아름다운 동시집 '무지개'를 소개합니다.

이 책은 어린이들이 가지고 다니며 읽기에 좋게 만들어졌습니다. 아담한 모습입니다. 그러나 그보다도 이 책을 만들게 된 동기가 아름답습니다. 타계하신 스승 님의 작품집을 제자인 시인이 펴냈기 때문입니다. 즉, 시인 최승렬 선생님의 동시집을 제자인  원동은 시인이 펴냈습니다.

원동은 시인은 이 동시집의 첫 머리에 이렇게 썼습니다.

'예전에, 자신의 무덤 앞에 세워질 빗돌에는 구름이나 한 송이 그려주면 좋겠다는 시인이 있었습니다. 살아 생전에 빛나는 내일 한번 품어보지 못하고, 길이 외울 시 하나 갖지 못한 시(詩)가 죽어서 묻힌 것이니, 그저 표표히 떠도는 구름이나 한 송이 그려주면 족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렇지만 그의 오랜 글 친구였던 신석정 시인은 이 최승렬 시인을 가리켜 세상에서 가장 참되고 참하고 아름답고 불길같이 타오르는 시의 마음을 지니고 살아온 사람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정말 그러했습니다. 시인은 젊어서 한때 국내외에서의 방랑생활을 제외하고는, 1957년 초 항구도시 인천에 주소지를 마련한 이래 지난 2003년 향년 82세로 타계하실 때까지 거의 반세기에 이르는 동안 교직에 몸담아 수천의 제자들을 길러낸 한글 선생으로서 뿐만 아니라 한 사람의 올곧은 생활인으로, 또 결 고운 우리말을 다듬어 절창을 이룬 시인으로서도 단단히 한몫을 해내셨던 것입니다.' 

이 동시집은,  최승렬 시인의 서거 6주년에 즈음하여 우선 첫 작품집인 '무지개'를 다시 펴내어, 일곱 빛깔 무지개처럼 고운 마음을 지니고  살아가신 선생님의 동심을 기리고 올바른 평가를 받기 위하여 만들어졌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이 동시집은, 초간본 '무지개'(목포 항도출판사, 1955)를 저본으로 삼았다고 밝혔습니다.

이 책이 다시 만들어진 동기가 이렇듯 아름답거니와, 이 책에 담긴 동시들도 들에 피어 있는 들꽃처럼 참으로 아름답기 그지없습니다.  작품 하나하나가 방글거리며 환한 꽃으로 피어나 있습니다. 그럼, 그 중 작품 한 편을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금붕어

 

                   최 승 렬

 

애기 신나무

그늘이 살풋 어려

 

금붕어 날개

파르르 고옵다.

 

옛이야기같이

푸른 못 속에

 

꽃잎이 동옹동

헤엄친다.    

 

신석정 시인은, 1955년 이 동시집이 처음으로 이 세상에 태어날 때, 그 서문을 통하여 이렇게 말했습니다.

"서른 다섯 살 난 소년 승렬의 가슴에는 칠색 무지개가 지금도 깃들여 있는지, 그것을 나는 모릅니다. 까마득한 옛날 서울 어느 여관 부엌에 장작을 지피우던 이 소년은 그 뒤 수원 부국원(富國園)이라는 종묘장에서 씨앗을 골라내는 심부름꾼이 되어야 했고, 그 때 받은 첫 월급으로 사다드린 어머니의 흰고무신은 신지도 않고 애끼고 애끼다가 끝내는 어머니의 영위 앞에 이 소년처럼 고독하게 놓이게 되었으니 승렬의 가슴에 깃들였던 무지개도 그때부터 퇴색하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사람의 마음이란 늙지 않는다는 사실을, 나는 잘 알고 있습니다. 내가 지금 나이 70살을 바라보고 있으나 마음은 예전 어린 시절의 그 시절 그 마음이니까요. 그래서 나 또한 얼마 전에 동시조집 '넙치와 가자미'를 펴내기도 했지요. 그런 의미로 보아서도, 최승렬 시인의 동시집 '무지개'가 더없이 아름답고 소중합니다. 어린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애독하여야 할 좋은 책이지요. 모든 사람들께 일독을 권합니다.(김재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