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들부들 ‘사시나무’
김 재 황
사람만 떠는 게 아니다. 바람이 불면 사시나무는 마구 몸을 부들부들 떤다. 이 사시나무는 무엇 때문에 이리 몸을 심하게 떨고 있는가.
사시나무의 줄기를 보면, 그 얇은 껍질로 하여 아주 연약해 보인다. 그러니 겁도 많이 지녔을 성싶다. 누구나 금방 ‘연민의 정’을 느낀다. 하지만 얇고 가벼운 옷이야말로 하늘로 오르기 위한 선녀의 날개옷이 아니겠는가. 그렇게 생각하니 순결함이 신비스러운 느낌을 절로 갖게 한다.
그 느낌도 잠시, 사시나무만 보면 왠지 자꾸 안쓰럽기만 하다. 순결한 목숨일수록 아픔을 많이 지니고 사는 세상이다. 아마도 내가 이런 느낌을 갖게 되는 이유는, 사시나무가 북쪽 추운 지방에까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리라. 겨울이면 칼바람이 코를 베며 지나가고 눈보라가 알몸을 때리며 달려가도, 사시나무는 입술을 깨물며 더욱 큰 발돋움으로 저 먼 하늘을 머리에 이고 꿈을 키운다.
사시나무 종류 중에는, 긴잎사시나무를 비롯하여 털사시나무가 있다. 그리고 가까운 친척으로는 은백양나무가 있으며, 수원사시나무가 있다. 또, 수원사시나무와 은백양나무의 잡종으로 일명 ‘현사시’라고 부르는 은사시나무도 있다. 더 넓게는 미루나무나 버드나무나 양버들 등이 모두 그 일가친척이다.
여하튼 사시나무는 그 잎자루가 길 뿐만 아니라 탄력성을 지니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조금만 바람이 불어도 몸을 떨기 시작한다. 그리고 세찬 바람이 불면 와들와들 떨게 된다. 어찌나 심하게 떨든지, ‘파드득거리는 소리’가 과연 정말로 힘찬 날개 소리로 들리기도 한다.
그렇다면 사시나무 종류들은 그 잎자루가 얼마나 길까? 은백양의 것은 일반적으로 그 길이가 3㎝ 정도이다. 물론, 더 긴 잎자루도 간혹 보인다. 그리고 양버들의 것은 4㎝쯤 된다. 그에 비하여, 은사시나무와 사시나무는 대다수의 잎자루가 5㎝ 가량의 길이를 지녔다.
좀더 사시나무가 지닌 잎자루의 생김새를 설명하자면, 마치 칼국수를 썰어 놓는 것같이 길고 납작하다. 그 끝에 세모꼴의 잎몸이 달려 있다. 척 보아서 어린 티가 난다. 그래서 귀엽다. 어찌 보면, 바람에 흔들리고 있는 그 잎의 모습이, 무서워서 떠는 게 아니라, 즐거워서 깔깔거리고 있는 듯이 보이기도 한다. 그렇다. 사람도 너무 기쁘면 몸을 떨게 되지 않는가. 아, 사시나무는 바람과 손잡고 춤을 즐기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처럼 우리도 생각의 전환이 필요한 시기가 바로 지금이다. 우리 모두가 부정적인 생각을 버리고 긍정적인 생각을 빨리 지녀야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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