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

나무타령- 음매음매 소나무

시조시인 2009. 5. 13. 08:16

                                                    음매음매 ‘소나무’


                                                               김 재 황


 올해가 소해인데, 추위가 안팎으로 심하다. ‘음매음매’ 소가 우는 소리도 들린다. 아무래도 소와 같은 뚝심을 지녀야 하지 않을까 싶다.

 다 알다시피, 이 세상에서 우리에게 소보다 더 고마운 동물은 없다. 살아서는 사람을 위하여 온갖 힘든 일을 해주고, 죽어서는 그 몸까지 모두 내준다.

 그런데 우리에게 소와 같은 나무가 있다. 그게 바로 소나무이다. 다시 말해서 소나무는 우리가 살고 있는 주변에 머물면서 우리에게 온갖 도움을 준다. 살아서는, 우리가 내쉬는 공기를 맑게 해줄 뿐만 아니라, 늘 푸른 모습으로 우리의 눈과 귀와 마음을 넉넉하게 만들어 준다. 그리고 죽어서는, 그 몸을 재목으로 또는 화목으로 아낌없이 준다. 어디 그뿐인가, 심지어는 우리의 아픔을 낫게 하는 약도 제공한다. 소나무를 베고 나서 몇 년이 지나면 그 뿌리에 균이 침범하여 혹이 생기는데, 이를 ‘복령’(茯苓)이라고 한다. 이는, 신장의 여러 병에 효과가 크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니 소처럼 소나무도 우리에게 고마운 존재가 아닐 수 없다.

 날이 맑거나 날이 흐리거나 점잖게 그 큰 눈을 끔벅거리며 되새김질하고 있는 소의 모습을 보면, 과연 소는 동물 중의 ‘군자’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가 하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항상 의젓하게 푸른 모습으로 서 있는 소나무의 모습 또한, 나무 중의 ‘군자’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정말이지, 높은 벼슬을 받은 소나무가 있고, 어엿하게 땅을 소유한 소나무도 있다. 즉, 충청북도 보은군 내속리면 상판리의 법주사로 들어가는 길가에 ‘정이품송’(正二品松)이 있다. 이는, 세조 대왕이 내린 벼슬이라는데 지금의 장관급이다. 또, 경상북도 예천군 감천면 천향리에는 ‘석송령’(石松靈)이 있다. 이 소나무는 6600㎡의 땅을 지녔다. 해마다 재산세도 내고 있는 지주(地主)이다.

 우리 나무인 이 소나무는, 줄기의 껍질 빛깔이 붉기 때문에 ‘적송’(赤松)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육지에서 주로 살기에 ‘육송’(陸松)이라고도 하며, 잎이 해송에 비하여 부드럽기에 ‘여송’(女松)이라고도 부른다. 그렇다. 우리나라 소나무는 여인처럼 그 생김새가 아름답다. 특히 강원도 지방에서 만날 수 있는 ‘강송’(剛松)은, 참으로 줄기가 곧게 뻗어서 아름답기 그지없다.

 소도 그렇거니와, 소나무는 목마름을 참고 견디는 힘이 크다. 그러니 우리도 소와 소나무처럼 지금의 이 어려움을 지혜롭게 타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