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근잘근 ‘참나무’
김 재 황
사람들에게만 살벌한 경쟁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무의 세계에도 밀고 밀리는 싸움이 심하다. 이를 학술적으로는 ‘천이’(遷移)라고 말한다. 그러한 경쟁에서 밀려나게 되면 도태(淘汰)되는 수밖에 없다.
요즘에 시골의 동산을 오르면, 참나무보다 소나무가 많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참을성을 많이 지닌 소나무’에게 ‘참을성을 적게 지닌 참나무’가 밀리고 있다는 증거가 된다. 그러니 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며 참아야 한다.
참나무는 ‘진짜 나무’라는 뜻이다. 참나무는 그 이름처럼 쓸모가 많다. 열매는 음식으로, 줄기는 재목으로, 가지는 땔감으로, 그리고 잎은 일본에 수출되어 떡을 싸기 위한 재료 등으로 그 이용가치가 매우 높다. 더군다나 표고버섯을 재배하는 데에도 참나무가 꼭 필요하고, 외국에서 위스키나 코냑의 발효 통을 짜는 데에 필수적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쉽사리 볼 수 있는 참나무 종류로는, 상수리나무와 신갈나무를 비롯해서 갈참나무와 졸참나무와 떡갈나무와 굴참나무 등이 있다. 참나무란, 어느 한 나무의 이름이 아니다. 이들을 통틀어서 참나무라고 부른다.
참나무 중에서 대표적인 게, 상수리나무와 떡갈나무이다. 이들은 구별이 쉽다. 잎을 보면, 상수리나무는 좁고 긴 반면에, 떡갈나무는 그 폭이 손바닥처럼 넓다. 열매도 다르다. 상수리나무의 열매는 ‘상수리’라고 부르고, 떡갈나무의 열매는 ‘도토리’라고 부른다. 즉, 그 생김새가 ‘상수리’는 둥글고 ‘도토리’는 길둥글다. 게다가 꽃이 피고 열매 맺는 성질까지 다르다. 상수리나무는 금년에 꽃이 피어서 내년 가을에 가서야 열매가 영글지만, 떡갈나무는 꽃이 핀 당년에 열매가 익는다. 다시 말해서, 상수리는 햇수로 2년 만에 만들어진 열매이고, 도토리는 1년 당년으로 키워 낸 열매이다.
척 보아서 알 수 있는, 차이점이 또 있다. 상수리나무는 검은 빛깔의 줄기를 지니고 있어서 흑색 계통의 참나무이고, 떡갈나무는 그 줄기가 조금 더 흰빛을 띠고 있어서 백색 계통의 참나무이다. 그렇기에 이들이 좋아하는 지역도 다르다. 영남이나 호남 지방에서는 떡갈나무보다 상수리나무를 많이 만날 수 있으며, 경기도와 강원도 등지의 지역에서는 떡갈나무나 그와 가까운 나무들이 흔한 편이다. 이로 미루어서 상수리나무는 따뜻한 곳을 좋아하고 떡갈나무는 비교적 추운 곳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다.
아무튼, 참나무나 사람이나 모두 살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그러니 끝까지 살아남으려면 어떤 어려움이든지 참고 견디어 내지 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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