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름치는 어디에서 만날 수 있는가
김 재 황
우리나라에는 어떤 민물고기들이 살고 있으며, 그 중에서 우리나라의 특산종 민물고기는 몇 종이나 되는지, 우리는 반드시 알아야 한다. 우리나라 휴전선 이남에 살고 있는 민물고기는 모두 합해서 약 150종이 되며, 그 중에서 순수 민물고기는 100종 정도가 된다. ‘순수 민물고기’란, 일생 동안을 민물에서만 사는 물고기를 이르는 말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순수 민물고기 중에서, 우리나라 특산 민물고기가 그 수의 절반을 차지한다. 우리나라 특산종이라고 하면, 아주 중요한 뜻을 지닌다. 이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민물고기로서 만일에 이 민물고기를 우리나라에서 볼 수 없게 된다면, 이 세상 어디에서도 다시는 찾지 못하게 된다. 즉, 멸종의 의미가 된다.
우리나라 특산 민물고기 중에는, 그래도 아직까지 많은 개체를 유지하고 있는 종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못한 종류도 있다. 그렇기에 나라에서는 멸종 위기에 놓여 있는 민물고기를 천연기념물로 지정해서 보호하고 있다. 그 중에서 대표적인 게 바로 ‘어름치’이다.
어름치는 한강과 금강에서만 사는 한국 특산종으로 알려져 있다. 몸길이 20cm의 것이 보통이지만, 최대로 크게 자라면 40cm에 이르기도 한다. 몸의 후반부는 가느다란 원통꼴이고, 한 쌍의 입수염을 지녔다. 점잖은 암갈색 등과, 산뜻한 은백색 배. 그리고 몸의 양측에 질서정연하게 수놓아져 있는 검은 점줄무늬, 등지느러미에 새겨져 있는 검은 줄무늬, 그 모두가 아름답다.
물이 맑고 자갈이 깔린 곳에 살며, 알을 낳기 전에 떼를 이루고, 알을 낳은 후에는 작은 돌들을 모아서 산란탑을 쌓는 특성이 있다. 산란은 4월이나 5월에 이뤄지고, 물속의 곤충을 잡아먹으며 산다. 어름치 자체가 천연기념물이다.
이제는 우리나라의 모든 강이 심각하게 오염되었으므로, 어름치를 만나기 어렵게 되었다. 그렇다면 어름치는 어디에서 만날 수 있단 말인가.
근래에 나는, 민통선 북방지역인 강원도 양구군 방산면에 위치한 ‘두타연’을 찾은 적이 있다. 북한의 수입면에서 발원하여, 양구군 방산면으로 남하하는 ‘드레개울’의 중간 지점이다. 두타연은 지름이 20m에 깊이는 7m 정도 되는 소(沼)인데, 높이 2m의 폭포를 안고 있다.
두타연 상류쪽 계곡의 하천 주변에는 숲이 울창하다. 이처럼 울창한 숲은, 여름에 냇물의 온도가 상승하는 것을 막아 주어서 냉수성 어종의 서식을 가능하게 한다. 냉수성 민물고기들은 여름에 하천의 본류나 지천의 수온이 낮은 최상류에 서 서식하다가, 얼음이 어는 겨울에는 조금 더 아래로 내려온 다음에 소에서 월동한다. 그 당시에, 나는 두타연에 어름치가 살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참으로 불행 중에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더욱 고마운 것은, 멸종 위기에 놓여 있는 열목어도 그 곳에 서식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열목어는 우리나라 특산종은 아니지만, 현재로서는 우리나라에서 멸종될 위기에 놓여 있기 때문에, 보호가 시급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일찍이 1958년에 정선군 사북읍 고한리 정암사 일대에 서식하는 열목어를 천연기념물로 지정한 바 있으며, 봉화군 석포면 대현리 일대에 서식하는 열목어도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다. 지금은 두타연이 열목어의 최대 서식지로 되어 있다. 열목어는 우리나라를 비롯해서 중국․러시아․유럽․북미 등지에서도 만날 수 있다.
우리가 우리나라에 어떤 민물고기가 살고 있는지를 모른다면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더군다나 우리나라에만 있는 물고기가 몇 종이나 되고 그 이름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면, 한국인의 자격이 없다고도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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