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

떼 지은 찌르레기가 매를 공격한다

시조시인 2008. 12. 4. 20:06


떼 지은 찌르레기가 매를 공격한다

김 재 황


 

                                                           

 새떼가 구름처럼 몰려와서 이리 날고 저리 나는 모습은 참으로 아름답다. 안개인 듯도 하고 구름인 듯도 한 새떼의 비행은, 아마도 천적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하는 수단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어찌 보면, 그 날고 있는 모습이 너무도 경쾌하고 한가롭다. 그 때문에 그렇게 모여서 떠들고 노래하는 것을, 새들이 즐기고 있는 게 아닌가 여겨질 때도 많다.

 이렇듯 무리를 이루는 새들은 떼를 이뤄서 날다가도 한 마리가 나뭇가지에 내려앉으면, 그 무리의 모든 새들도 따라서 새까맣게 앉는다. 어떤 학자는 이런 행동을 가리켜서 ‘공감적 유발행동’이라고 했다. 즉, 한 사람이 걷다가 뛰어가면 다른 사람도 따라서 뛰어가고 싶은 충동을 느끼는 것과 같은 경우이다.

 나는 어렸을 적에 찌르레기가 떼 지어서 날고 있는 모습을 많이 보았다. 수천 마리에 이르는, 찌르레기 떼가 날고 있는 모습이 참으로 굉장하였다. 한 마리 한 마리는 힘이 없는 찌르레기이지만, 일단 무리를 이루면 아무런 두려움이 없는 듯했다. 매가 나타나도 찌르레기 떼는 아무런 동요가 없었고, 어느 때는 커다란 올빼미를 공격하는 찌르레기 떼의 모습을 목격하기도 했다.

 찌르레기는 참새목 찌르레기과에 속하는 여름철새이다. 다시 말해서, 3월이면  우리나라로 날아와서 4월에서 5월 사이에 짝짓기를 하고, 6월이면 알을 낳고 새끼를 까서 기르며, 10월이 되면 따뜻한 남쪽의 다른 나라로 떠난다. 그러나 요즘에는 적은 숫자의 새들이 경남․전남․제주 지방에서 월동하기도 한다.

 물론, 우리나라 이외에도 만주 등의 동부 아시아에서 번식을 하는데, 그 울음소리가 ‘찌르륵 찌르륵’ 들리기 때문에 찌르레기라는 이름을 얻었다고 한다.

 옛날, 아주 정다운 친구가 있었다. 이들은 하루도 얼굴을 못 보고는 살 수 없는 사이였으므로, 서로가 번갈아 가며 상대방의 집을 방문하기로 했다. 그들의 약속은 잘 지켜졌고, 두 사람은 환갑이 넘도록 아름다운 우정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던 중에 한 사람이 신경통을 앓게 되었는데, 병이 악화되어 나중에는 관절염까지 겹쳐져서 걸음조차 제대로 걷지 못하게 되었다.

 그렇게 되자, 얼마 동안은 한 사람만이 하루 걸러서 방문을 하였으나, 차츰 그의 발걸음도 멀어지기 시작하였다. 다른 한 사람은 날씨가 조금만 궂어져도 ‘찌르르 찌르르’ 뼈마디가 쑤셔 오는 아픔을 견디며 애타게 친구를 기다렸다. 그는 병석에 누워서 중얼거렸다.

 “내가 죽으면 새가 될 거야. 그리고는 훨훨 날아서 친구를 찾아갈 거야.”

 찌르레기를 볼 때면 신경통을 몹시 앓았다던 그 사람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그의 말대로 그가 찌르레기로 환생하였을까? 왠지 그 울음소리가 그런 애틋함을 가슴에 전한다.

 찌르레기과의 새는 그 종류가 많아서 온 세계에 200여 종이나 살고 있다고 한다.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보면, 몇 마리의 찌르레기쯤은 우리 주위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번식기에는 도시의 공원이나 학교의 교정, 그리고 들판의 큰 나무 등의 구멍에 둥지를 튼다. 보통은 5개 내외의 알을 낳는다. 먹이는 주로 작은 벌레들인데, 특히 흰불나방의 애벌레를 즐겨 먹는다고 한다. 흰불나방의 애벌레는 버즘나무의 잎에서 잘 번식한다. 

 하지만, 자유로운 몸으로 떼를 이루면서 하늘을 나는 찌르레기의 모습을 지금은 보기 어렵다. 농약과 수질오염 등도 그 원인이겠지만, 무엇보다도 하늘의 대기오염이 그들을 이 땅에서 멀리 쫓아내고 있는 성싶다. 이 얼마나 창조주에게 큰 죄를 짓는 일인가? 참으로 안타까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