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한강에는 쉬리들이 많이 살았다. 상류와 중류의 자갈이 깔린 맑은 물속을 들여다보면, 쉬리들이 바닥 가까이에서 작은 무리를 이루며 놀고 있다가 사람의 기척에 바위틈으로 숨곤 했다. 물론, 쉬리는 한강뿐만 아니라, 금강과 섬진강 및 낙동강, 그리고 동해안의 모든 하천 수계에 분포한다. 그들은 지금도 그 곳에서 잘 살고 있을까? 우선은 한강이 문제이다.
쉬리는 1급수에서 서식하는 물고기이다. 지금의 한강 여의도 부근은 3급수의 물이다. 그러니 쉬리는 그 목숨을 보전하기 위해서 멀리 깨끗한 물이 흐르는 곳으로 떠날 수밖에 없었을 게다. 맑고 찬 물에서 사는 물고기들은 오염된 환경일수록 그 호흡이 느려진다. 실험에 의하면, 1급수에서는 10초당 28회의 호흡을 하였으나, 3급수에서는 10초당 19회의 호흡을 보인다.
1960년대만 하더라도 한강은 한강다웠다. 무엇보다도 여울과 소(沼)가 이어져 있어서 물고기들이 살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하였다. 그러나 지금은 개발로 인하여, 하천이 아니라 호수처럼 변해 버렸다. 어디 그뿐인가. 모든 폐수마저 흘러들어서 지금의 한강은 오염이 극심한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면 쉬리는 지금 어디에서 살고 있을까? 몇 년 전, 나는 내린천 중류에서 쉬리떼를 만난 적이 있다. 내린천은 그래도 오염이 적은 지역으로, 중류는 8.8ppm의 맑은 물에 빠른 유속을 유지하고 있었다. 물론, 한강의 최상류 지역인 백담계곡이나 민통선 북방지역인 수입천의 두타연에도 쉬리는 살고 있다. 그러나 이제는 그 곳마저도 더 이상 안심할 수 없게 되었다. 개발의 손길이 언제 어떻게 미치게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쉬리는 아름다운 물고기이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 이름이 그리 유명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 이름을 제목으로 붙인 영화가 크게 흥행을 하면서, 순식간에 그 이름이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쉬리의 이름은 알면서도, 정작으로 그 모습은 잘 모른다.
쉬리는 돌고기와 비슷하다. 보통 사람들은 두 물고기를 잘 구별하지 못한다.
두 물고기 모두 모래무지아과에 속하며, 맑은 물에서 산다. 돌고기의 출현빈도는 2.14%이고, 쉬리의 출현빈도는 1.38%이다. 돌고기가 조금 더 흔한 편이다. 크기도 돌고기는 13cm 안팎이고, 쉬리는 10cm 안팎이어서 돌고기가 조금 더 크다.
하지만 쉬리는 우리나라에만 사는 한국특산 민물고기이다. 그 반면에, 돌고기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중국과 일본에도 분포한다. 생김새가 원통형에 가까워서 얼핏 보면 비슷하지만, 배가 조금 부른 게 돌고기이다. 게다가 돌고기는 한 쌍의 입수염을 지녔다. 윗입술의 양쪽 끝이 비대하다. 식성은 잡식성이고, 생긴 모양이 돼지 같다고 해서 ‘돗고기’라고 부르기도 한다.
쉽게 구별하는 방법이 있다. 주둥이의 끝에서 눈을 통하여 지느러미 기부에 이르기까지 흑갈색의 가로띠가 있으면 돌고기이다. 모든 지느러미에 무늬가 없다. 그러나 쉬리는 주둥이 끝에서 눈을 통과하여 아감덮개에 이르는 흑색 띠를 보인다. 또 등과 꼬리의 지느러미에 가로지르는 검은무늬가 있다.
쉬리는 등 쪽이 검은 빛이고, 머리 쪽은 갈색이며, 배 쪽은 흰 빛이다. 옆줄에는 넓은 노란빛의 띠가 세로로 칠해져 있고, 그 언저리에 등황색의 세로 띠가 아름답게 그려져 있다. 한 마디로 그 색체와 반문이 뛰어나다. 아래턱이 위턱보다 짧고, 식성은 육식성이다.
경기도 지방에서는 쉬리를 ‘열목이’라고 부르고, 경북의 일부 지방에서는 ‘살고기’라고 부른다. 특히 경북 의성군 지방에서는 ‘꽃피리’라고 부르기도 한다. 하루 빨리 한강이 맑아져서 쉬리가 다시 돌아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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