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대를 한자로는 ‘노’(蘆) 또는 ‘위’(葦)라고 한다. 갈대는 실용적인 면을 많이 지니고 있다. 예를 들면, 갈대를 엮어서 해가리개로 사용했던 갈대발이나, 갈대의 꽃이삭을 잘라 묶어서 사용했던 ‘갈목비’, 그리고 ‘갈삿갓’이나 ‘펄프의 원료’로도 이용되었다.
냇가에서 만나는 풀은, 그 장소에 따라 종류가 다르다. 이를테면, 가장 낮은 자리에는, 옛날에 그 이삭을 ‘고미’(菰米)라고 불렀으며 구황식물로 사용했던 ‘줄’이 자리를 잡는다. 그리고 좀 높은 곳에는 ‘갈대’가 숲을 이루고, 다시 더 올라가서 ‘물억새’의 군락이 나타난다. 그러므로 물억새가 나는 자리에는 물이 드는 경우가 드물다. 하지만 갈대가 선 자리는, 보통은 물이 들지 않지만, 비가 많이 오는 경우에는 물이 들기도 한다. 그 반면에 줄의 자리에는 항상 물이 든다. 물론, 두 가지 식물이 함께 섞여! 있는 이행대(移行帶)도 있기는 하다.
갈대는 포아풀과에 딸린 여러해살이 풀이다. 키가 큰 것은 3m나 된다. 줄기는 곧고 단단하며 마디가 있다. 이 줄기의 특징이라면, 무엇보다도 그 속이 비어 있다는 것이다. 벼과의 식물이 모두 그러하지만, 경탄할 만한 지혜라고 아니할 수 없다. 속을 비웠으므로 몸이 가볍다. 몸이 가벼우니 자유롭고 유연성이 높아서 아무리 심한 바람에도 쉽게 부러지지 않는다. 게다가 적은 노력으로 줄기를 만들 수 있으니, 경제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은 그들 나름으로 고도의 공법을 이용하여 줄기 내부를 비어 있게 만들었다. 그리고는 안전장치로 일정한 간격을 띠어서 마디를 만들고, 그 마디를 보호하기 위한 잎깍지까지 만들어서 줄기를 둘러싸게 했다. 또한, 줄기를 튼튼하게 지탱해 주면서 쉽게 썩는 것을 막기 위하여 그 안에 차돌의 성분인 규소를 가득 넣어 두었다. 열대의! 벼과 식물 중에는 규소의 성분이 얼마나 많이 들어 있는지, 바람에 서로 몸이 스칠 때면 부싯돌처럼 불꽃을 튀기기도 한다니, 다만 놀라울 뿐이다.
그리스 신화에서는, 님프인 시링크스(Syrinx)가 목신(牧神)인 판(Pan)에게 쫒기다가 갈대로 변해 버렸고, 판은 시링크스를 그리워하며 갈대로 피리를 만들어 불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갈대는 작은 바람에도 소곤거리기에 사랑스럽다. 그 길이는 짧으면 20cm, 길면 50cm나 된다. 또, 끝이 뾰족하기에 ‘정신을 차려야 돼.’라는 깨우침의 목소리를 듣는다. 가을에 피는 꽃도 환상적이다. 엷은 회색의 잔 꽃이 원뿔 꽃차례를 보인다. 꽃에 부드러운 흰털을 많이 지니고 있다.
갈대는 1% 정도의 소금물에서도 꽤 잘 싹이 튼다고 알려져 있다. 그만큼 역경을 견디는 힘을 지니고 있다. 학자들의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해안을 매립한 처음의 염생습지(鹽生濕地) 상태에서는 '갈대' '천일사초' '모기골' '쥐명아주' 같은 소금기에 강한 식물들이 나타나고, 점차 소금기가 적어짐에 따라 '쇠털골' '방가지똥' '마디풀' '여뀌' '망초' 등의 군락을 내보이게 된다고 한다. 갈대는 뿌리줄기를 지니고 있으며, 그 마디에서 노란빛을 띤 흰수염뿌리가 돋는다. 갈대의 뿌리줄기를 한방에서! 는 ‘노근’(蘆根)이라고 부른다. 가을에 뿌리줄기를 캐어서 수염뿌리를 제거하고 깨끗이 씻은 후에 햇볕에 말려서 사용한다. 각종의 당 성분과 단백질을 비롯해서 아스파라긴(Asparagin)과 아르기닌(Arginin) 등을 함유하고 있다고 한다. 먹어 보면 약간 단맛을 느낄 수 있다. 발열현상과! 번열증(煩熱症)을 다스리고, 구토를 멎게 하며, 이뇨(利尿)의 효과를 지니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냇가나 강가를 시멘트로 단장하는 일은, 정서적으로는 말할 것도 없고, 생태적으로도 옳지 않다. 갈대 등의 식물이 있어야 오염된 물을 정화하고, 그에 따라 연쇄적으로 여러 생물이 터를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