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은 ‘코스모스’(Cosmos)라고 하면 가을을 연상한다. 가을의 길가에 피어 있는 희거나 붉거나 자줏빛의 코스모스는
아름답기 그지없다. 그만큼 우리나라의 가을을 대표하는 꽃이기도 하다. 코스모스는 서늘한 가을바람에 한들한들 고갯짓을 하는 모습으로 손님의 마음을
기쁘게 하려니와, 아침이슬을 머금고 손짓하는 모습으로 나그네의 마음을 쓸쓸하게 만들기도 한다.
코스모스는 단일성(短日性)
식물이다. 말하자면, 여름에 길어졌던 해가 가을이 되어서 짧아지면 꽃눈이 분화되어 꽃을 피우는 식물이다. 멕시코가 원산지이고, 그 원종이 지금도
멕시코의 높은 지대에서 야생하고 있다. 척박지에서 잘 자라고 병충해에도 강한 특성을 지니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기후에 잘 적응하여 전국
어디에서나 쉽게 만날 수 있다. 우리나라에는 유럽을 통해서 들어온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1910년 경의 일로 짐작된다. 코스모스는 엉거시과에
딸린 한해살이풀로, 잎은 가늘게 깃처럼 째졌으며, 특이한 냄새를 풍긴다. 씨는 10℃ 이상이면 싹을 틔운다.
원래의 코스모스는
개화기가 가을이었으나, 지금은 일장(日長)에 관계없이 꽃을 피우는 품종이 많다. 그들 품종은 생육온도만 맞으면 언제 씨를 뿌려도 3개월 후에는
꽃을 볼 수 있다. 즉, 조생종의 경우, 씨를 뿌린 후에 2개월에서 3개월이 지나면 꽃을 피우게 된다. 그러므로 초봄에 씨를 뿌린 것은
초여름이면 꽃을 내보일 수 있다. 물론, 늦은 봄에 씨를 뿌려도 된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한여름의 고온기에 꽃을 피우게 되므로 꽃이 쉽게
상한다. 게다가 무더운 여름에 핀 코스모스가 어찌 운치를 지니겠는가. 그 단일성 품종의 만생종 코스모스는, 너무 빠른 시기에 씨를
뿌리면 줄기가 너무 길게 자라나서 넘어지기 쉽다. 그러므로 파종하는 적기는 6월 경이 된다. 또 조생종이라고 하더라도 단일의 영향을 크게 받아서
화아를 형성하게 되므로, 8월 하순이나 9월 상순에 씨를 뿌려서 ‘화단 만들기’와 ‘화분 만들기’를 하기도 한다.
‘코스모스’는
그 어원이 그리스어로 ‘kosmos'(장식, 미려)인데, 그 본뜻은 ‘그 자체 속에 질서와 조화를 지니고 있는 우주 또는 세계’를 의미한다. 이
꽃에 ‘코스모스’라는 이름을 처음으로 붙인 사람은, 스페인 마드리도 식물원 원장인 ‘카바니레스’였다고 한다. 때는 1700년경이다. 코스모스를
우리나라의 어느 고장에서는 ‘살사리꽃’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아마도 바람에 잘 흔들리기 때문인 듯싶다. 그 청초한 모습으로 하여, 그 꽃말은
‘여인의 결백’ 또는 ‘의리’, ‘사랑’이다.
옛날, 이 세상을 창조한 신이, 이 땅을 더욱 아름답게 꾸미기 위해서 꽃을 만들기
시작했다. 신은 있는 솜씨를 다 발휘해서 이런 꽃과 저런 꽃을 만들었지만 마음에 쏙 드는 게 별로 없었다.
“이 꽃은 너무
약하고, 저 꽃은 너무 투박하며, 요 꽃은 너무 색깔이 짙군.”
하지만 꽃이라면 튼튼해 보이는 것보다는 어딘지 약해 보이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실바람에도 하늘거리는 꽃 하나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 꽃빛깔도 그리 넣었다. 그게 바로 코스모스였다. 신께서는
코스모스를 만들어 놓고, 어느 계절에 꽃을 피우게 해야 가장 아름답겠는가를 궁리한 끝에, 가을이 마땅하다고 결론을 내렸을 성싶다. 그래서 우리가
보기에도 코스모스라면 가을에 핀 꽃이 가장 아름답고 매력적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때 없이 꽃을 피우는 코스모스의 품종을 만들어 내었다. 나는
그러한 일을 마땅하게 여기지 않는다. 한방에서는 코스모스도 약재로 쓴다. 즉, 줄기와 잎의 전체를 ‘추영’(秋英)이라고 하는데, 눈이 붉어지고
아픈 증세와 종기의 치료에 효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