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

산문5

시조시인 2005. 9. 18. 07:35


꼬리치레도롱뇽이 원시생활을 하고 있다
- 김재황



우리는 역사를 통해 우리의 원시생활이 모계사회였음을 알고 있다. 그만큼 그 당시에는 아이를 낳는다는 일이 무엇보다 소중했기 때문일 성싶다. 물론, 지금도 중국 변방의 어떤 부족은 모계사회를 이루며 산다고 한다. 그들은 어머니에서 딸에게로 모든 권리가 전해지며, 결혼을 하지 않기 때문에 ‘남편’이나 ‘아버지’라는 존재는 없다. 그래도 별다른 탈 없이 잘 살고 있는 것을 보면, 원시생활이라고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닌 듯하다.

꼬리치레도롱뇽은 맑고 깨끗한 물에서만 살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수온이 7℃에서 10℃ 사이인 초1급수의 물이 아니면 그 목숨을 유지하기 어렵다. 그런 물에는 산소가 풍부하다.

그런데 우리나라 강원도 삼척시 신기면 대이리의 환선굴에 살고 있는 꼬리치레도롱뇽 집단이 발견되었다. 이는, 그 곳이 그들의 생육환경에 알맞기 때문이라고 판단된다. 그뿐만 아니라, 더욱 놀랍게도 국내 학자들에 의해 그 곳에서 꼬리치레도롱뇽이 집단적으로 짝짓기를 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꼬리치레도롱뇽은 암컷 10여 마리와 수컷 100여 마리가 서로 어울려 있었는데, 보통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도롱뇽의 경우에는 암컷 한 마리가 두 개의 알주머니를 낳으면 수컷 대여섯 마리가 필사적으로 달라붙어서 배설강을 통하여 정액을 배출한다. 이렇게 이른바 ‘체외수정’이 이루어진다.

그 반면에, 세계적으로 대다수(95%)를 차지하는 도롱뇽들은 ‘체내수정’을 한다. 즉, 수컷이 정자주머니를 물속에 낳으면 암컷이 이를 배설강을 통하여 체내로 빨아들여서 자기가 지니고 있던 알주머니 속의 알들을 수정시킨다. 이 둘 사이의 차이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진화학적으로 보아서 도롱뇽의 ‘체외수정’은 ‘체내수정’보다 원시적인 종류의 번식방법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우리나라의 도롱뇽이 외국의 도롱뇽보다 긴 역사를 지니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꼬리치레도롱뇽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에도 분포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 이름은, 꼬리가 몸보다 길어서 치렁치렁한 모습을 하고 있기 때문에 얻었다. 그 크기는 대략 15㎝ 내외이다.

우리나라 학자들은 꼬리치레도롱뇽의 산란방법도 자세히 알아냈는데, 수면 아래 40㎝ 지점의 바위에 암놈이 하나의 알주머니를 낳는다고 한다. 그리고 그 한 알주머니 안에는 지름이 0.75㎝에 이르는 10여 개의 흰 알이 들어 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우리나라 도롱뇽은 개울이나 연못에 지름 2.5㎜ 안팎의 알을 50개에서 100개 정도 낳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도롱뇽은 어린 시절을 물속에서 보내고, 어른이 되면 땅에서 생활한다. 이들을 우리는 양서류라고 부른다. 그런데 일반적인 도롱뇽은 수온이 좀 높아도 살 수 있지만, 꼬리치레도롱뇽은 산소가 충분히 녹아 있는 아주 맑고 찬 물에서만 살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꼬리치레도롱뇽이 살고 있다면 그 곳의 물은 맑다고 보아야 옳다. 그렇듯 꼬리치레도롱뇽은 중요한 환경지표 동물로도 큰 가치를 지니고 있다.

참으로 놀랍다. 작고 연약해 보이는 도롱뇽들의 끈질긴 삶의 모습은 감격스럽다. 그들은 서로 어울려 사는 참된 모습을 보여 준다. ‘삶의 공동체’라고나 할까? 자기만을 아는 현대의 개인주의에서 자칫 잃어버리기 쉬운 ‘타인을 위한 배려’를 그들은 몸으로 보여주고 있다. ‘우리’라는 공동체 의식이 얼마나 큰 힘을 나타내는지, 우리는 직접 겪었다. 우리나라 전국이 한 마음 한 뜻으로 뜨겁게 달구어졌던, 그 ‘월드컵 4강의 신화’를 다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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