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

산문9

시조시인 2005. 11. 6. 00:13


새들도 우리말로 개그를 할 줄 안다
김 재 황



우리가 살아가는 데에 웃음처럼 중요한 게 드물 성싶다. 새삼스럽게 웃음의 가치를 말할 필요는 없겠으나, 웃음은 우리 생활에 활력을 줄 뿐만 아니라, 그만큼 우리 마음을 젊게도 만들어 준다. 나는 개그(gag)를 좋아한다. 어쩌면 그들은 다른 사람의 말투나 억양을 그리도 잘 흉내 낼 수 있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그런데 사람의 목소리를 흉내 내는 새들이 있다. 말하는 새라고 하면, 금방 앵무새가 머리에 떠오른다.

앵무새과에 딸린 새는 종류가 많다. 그 크기도, 닭만한 게 있는가 하면, 참새만 한 종류도 있다. 그 대표적인 게 앵무새이다.

앵무새(Psittacus erithacus)는, 날개길이 25㎝ 내외에 꽁지는 10㎝ 안팎의 크기인 새이다. 다른 앵무새와는 달리, 몸의 빛깔이 회색이다. 그리고 목과 가슴 및 등은 담색(淡色)이며, 허리는 담회색인 반면에 꽁지와 꼬리밑 덮깃은 홍적색(紅赤色)이거나 선홍색(鮮紅色)을 띤다. 매우 굽어 있는 부리와 검은 다리를 지녔다. 희읍스름한 눈빛이 인상에 남고, 눈의 둘레가 살빛이어서 정감이 간다. 여러 나라에서 애완용으로 기른다. 원래 이 새는 오스트레일리아와 뉴기니 등지에 사는 종류인데.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온 시기는 고구려 광개토대왕 때였다고 전한다.

그렇다면, 사람의 말을 흉내 낼 수 있는 새는 앵무새뿐일까? 그렇지 않다. 외국의 새 외에, 이 땅에 사는 새들도 사람의 말을 아주 훌륭히 흉내 낼 수 있다. 한 번은 텔레비전을 시청하다가 눈을 크게 떴다. 집에서 기르고 있는 까마귀가 사람의 말을 흉내 내는 게 아닌가. 까마귀는 명관(鳴管)이 발달되지 않아서 소리를 잘 낼 수 없다고 알고 있었다. 하지만, 놀라기에는 아직 이르다. 그 후에 나는 어치가 사람의 말을 흉내 내는 모습을 화면으로 보고,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어치도 까마귀과에 딸린 새이다. 즉, 참새목 까마귀과의 조류로, 비둘기보다 조금 작다. 날개길이는 16㎝ 정도인데, 까마귀와 마찬가지로 쉽게 만날 수 있는 우리나라의 텃새이다. 몸은 포도 빛깔이고, 허리와 꼬리 위의 덮깃은 흰색이며, 흰 바탕의 머리에 거무스름한 무늬가 세로로 그어져 있다. 특히 날개에는 흑색, 청색, 백색의 가로무늬가 새겨져 있어서 아름답다. 꽁지는 검다. 부리는 머리에 비하여 아주 작지만, 머리 꼭대기의 깃이 길고 뿔털 모양이어서 의젓하다. 때에 따라서 곤충이나 개구리 따위도 잡아먹으나, 참나무 열매를 가장 좋아한다. 어치의 분포지역이 참나무의 분포지역과 일치하는 것을 보면, 어치가 참나무 열매를 얼마나 좋아하는 지를 짐작할 수 있다. 일년 내내 숲 속의 나무 위에 살며, 땅 위로는 잘 내려오지 않는다. 어치는 이 나뭇가지에서 저 나뭇가지로 뛸 때는 양쪽 다리를 모아서 뛴다. 그리고 날 때는 날개를 천천히 퍼덕여서 날아오른 뒤에 파도 모양을 그리며 날아간다. 경계할 때는 맹렬하게 우는데, 가는 소리로 ‘쀼우 쀼우’ 하고 휘파람 소리를 내기도 한다. 문헌에 보면, 예로부터 ‘ 어치는 말똥가리나 고양이의 울음소리를 교묘히 흉내 낸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영상 속에서나마, 나도 새장 속의 어치가 ‘사랑해요’라든가 ‘아빠’라고 말하는 것을 분명히 들었다.

최근에 학자들은, 말하는 새의 음성기관 구조가 사람과 상당히 비슷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한다. 즉, 네덜란드 라이덴대 가브리엘 벡커스 교수 팀은 “새들도 사람처럼 혀의 모양과 위치를 바꿔 가며 다양한 소리를 낸다.”라고 밝혔다.

아, 새가 사람의 말을 흉내 낼 수 있었던 비결은, 울대(鳴管)에 있었던 게 아니라, 그 육질(肉質)인 혀에 있었구나. 그렇기에 까마귀가 그처럼 사람의 말을 흉내낼 수 있었구나. 말하는 새들이 신기하다. 그러나 그들은 그들의 터전인 숲에서 자유롭게 살아야 한다. 구태여 새가 우리를 웃기지 않아도 된다. 우리 주위에는 우리를 웃기는 사람들이 많이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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