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

식물도 가난해야 꽃을 많이 피운다

시조시인 2005. 11. 8. 05:55
식물도 가난해야 꽃을 많이 피운다




김 재 황



시인은 가난해야 좋은 작품을 쓸 수 있다고 내가 말했을 때, 한 사람이 왜 그런가를 나에게 물었다. 나는 웃으면서 반문했다.

“살찐 말이 잘 달릴 수 있겠습니까?”

그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무언가 석연하지 못한 표정이었다. 나는 그에게 명쾌한 대답을 못 해준 게 못내 마음에 걸리었다.

지금 나는 그 보충설명을 하려고 한다. 시인은 꿈을 먹고 사는 사람이다. 꿈은 아름답고, 이 세상의 꽃이기도 하다. 이를테면, 꿈을 갖지 못하는 사람은 꽃을 피우지 못하는 나무와 같다. 꿈은 물질적인 것이 아니라, 영혼적인 것이다. 그렇기에 돈만을 추구하여 물욕에 눈이 어두운 사람은 그 가슴에 아름다운 꿈을 지닐 수 없다.

나무도 너무 과다한 영양을 지니게 되면 꽃을 피우지 못한다. 잎만 검푸르고 무성해질 뿐이다. 이런 나무에게는 병이 계속 침투하고 해로운 벌레들이 많이 몰려든다. 여기에서, 가난한 자가 복이 있다는 그분의 말씀을, 우리는 또 한번 듣게 된다.

나는 농장을 경영하면서, 그런 일을 종종 경험했다. 나는 그런 나무를 발견하면 한동안 그 나무에게는 비료를 주지 않는다. 그러면 그 나무는 다음 해에 꽃을 가득 피우게 된다.

그에 관한 학설은, 이미 1918년에 발표되었다. 즉, 식물체 안에 존재하는 C와 N의 비율에 따라 개화현상이 유발된다는 설이다. 다시 말하면, 식물체 안의 탄소를 분모로 하고 질소를 분자로 하여, 그 값이 1보다 높아지면 화아(花芽)의 형성작용이 일어난다는 뜻이다.

식물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꽃을 지니려면 일정한 성숙단계에 도달해 있어야만 한다. 물론, 그 단계에 도달하기만 해도 꽃을 피우는 나무가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식물은 충분한 성숙이 이루어진 후에, 특수한 조건이 첨가되어야 비로소 꽃을 형성할 수가 있다. 쉽게 말해서, 하나의 눈(芽)을 형성할 때, 잎눈이 되느냐 꽃눈이 되느냐의 갈림길에서 한 쪽을 결정하는 데에 일정한 성숙과 특수한 조건이 필요하다. 이 특수한 조건이란, 하루의 명암의 길이, 온도의 변화, 저장 탄수화물의 농도 등을 말한다.

사실, 한 농장에 식재된 나무라도 그늘진 자리에 있는 나무는 꽃을 잘 피우지 못한다. 늘 시름 속에서 지내는 사람이 꿈을 갖지 못하는 바와 같다. 이런 나무에게 햇빛이 잘 들게 만들어 주면 땀나게 봉사하는 여름을 맞게 되므로 다음 해에는 많은 꽃을 보인다. 이는, 따뜻한 햇빛을 받은 잎에서 광합성 작용이 잘 이루어짐으로써, 그에 따라 저장된 탄수화물의 농도가 높아졌기 때문에 비로소 개화를 유도하게 되었다고 설명할 수 있다. 그 모습은, 그처럼 밝은 마음을 지니고 긍정적 으로 사는 사람들을 생각하게 한다.

그러므로 정치를 하는 사람이 물질적인 면만을 너무 강조하여 모든 정책을 경제발전에만 치중하다 보면, 정신적으로 결핍을 가져와서 꿈이 없는 메마른 사회가 되어 버릴 수밖에 없다. 잘 사는 모습이 어떤 것인가. 돈이 많으면 잘 사는 것인가. 지금의 모든 혼란은 과연 무엇이 원인인가. 우리 모두가 이렇게 된 책임을 통감하고 깊이 반성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꿈도 무작정 많다고 해서 좋은 것이 아니다. 너무 지나치게 많으면 실현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과수(果樹)의 꽃을 솎아 주듯, 우리의 꿈도 적당히 간직해야 한다. 욕심을 버리고 땀을 흘리며 일하는 성실한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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