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

우리는 쌀밥만을 왜 고집하는가

시조시인 2008. 12. 3. 07:42

                                      우리는 쌀밥만을 왜 고집하는가

                                                             김 재 황


 

                                                            

 식사라고 하면, 우리는 곧 쌀밥을 생각한다. 아무리 빵을 많이 먹었어도, 쌀밥을 먹지 않았으면, 어쩐지 한 끼를 건너뛴 듯이 여겨진다. 벼는 우리나라 기후에 알맞지 않은 열대작물이다. 그렇다면 어째서 벼가 우리나라의 주곡으로 정착되었을까. 게다가 벼농사는 다른 밭작물보다 많은 일손을 요구하는 데에도 말이다.

 그 이유는 우리나라의 국토에 산지가 많고, 넓은 경작지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인구밀도가 높으므로 단위면적당 소출이 많은 작물을 선택할 필요가 절실했었던 듯싶다. 한 예를 들면, 보리(麥作)에 비하여 쌀(水稻作)은 대략 10배 정도로 단위면적당 생산율이 높다. 

 벼는 원래 야생벼(野生稻)와 재배벼(栽培稻)가 있다. 벼의 재배가 가장 오래 된 곳은 인도(印度)로, 기원 전 3,800년경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그리고 그 다음으로는 중국(中國)인데, 기원 전 3,000년경이라고 한다. 즉, 벼는 인도에서 화남(華南) 또는 서남(西南) 중국을 거쳐서 화북(華北)에까지 전파되었다는 설이 있다.

 우리나라에 벼가 들어온 경로는, 중국으로부터 들어왔다는 믿음이 있으나, 남방에서 직접 들어왔을 가능성도 있다. 어쨌든 선사시대부터 벼의 재배는 이루어졌을 것으로 여겨진다. 물론, 벼는 우리나라를 거쳐서 일본으로 들어갔다.

 벼에는 크게 인디카 형(Indica type)과 자포니카 형(Japonica type)이 있다. 그 중에서 우리가 즐겨 먹는 쌀은, 차진 기운이 있는 자포니카 형 쪽으로 기운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볼 때, 인디카 형의 쌀이 8활을 차지한다. 우리나라의 식량자급을 외치던 60년대 말에는 이 인디카 형과 자포니카 형, 그리고 중국 재래종을 삼원교잡하여 ‘통일벼’를 육성해 내기도 했다. 즉, 인디카 형인 반왜성 다수확 품종 'IR8'을 모본으로 하고 일본 북해도 극조생 자포니카 품종인 '유카라'(Yukara)와 키 작은 대만 재래종인 '타이쭝짜이라이 1호'(Thichung Native 1) 간의 잡종을 부본으로 삼원교잡을 실시하였다. 이는, 인디카 형과 자포니카 형을 잘 조회시키려는 의도였다. 

 찰기가 많은 자포니카 형의 벼를 즐겨 먹고 있는 우리이기에, 많이 씹음으로써 입의 저작근(詛嚼筋)이 발달하고, 따라서 전두엽(前頭葉)이 활성화되어서 추리력․판단력․기억력․사고력 등이 뛰어나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리고 자포니카 형에는 섬유질이 많기 때문에, 이 쌀을 주식으로 하는 동양사람들은 서양사람보다 소장(小腸)의 길이가 길다고 한다.

 쌀이 우리의 주식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리 오래지 않은 옛날만 해도, 쌀밥을 먹기가 그리 쉽지 않았다. 그만큼 자급자족이 어려웠으며, 지금처럼 쌀밥을 먹을 수 있게 된 것은 품종개량과 양곡수입의 덕택이다. 우리는 마음을 놓을 수가 없다. 언제라도 ‘달러’(dollar)의 가치가 상승하게 되면, 양곡마저 수입하기 어렵게 된다. 또한, 세계적으로 흉년이 들기라도 한다면, 돈을 가지고도 쌀을 사지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

 옛날, 울진군 근남면 행속리 앞산에 수십 길이나 되는 절벽이 있었다. 그런데 이 절벽에 석굴(石窟) 하나가 뚫렸는데, 그 굴속에는 쌀이 나오는 ‘구멍’이 있었다고 한다. 신기하게도 그 쌀구멍에서는, 굴로 들어와서 기도를 올리는 사람이 먹을 만큼의 쌀이 매일 나왔으며, 만일에 손님이 찾아왔을 때는 그가 먹을 만큼의 쌀이 더 나왔다. 하루는 욕심 많은 사람이 그 굴로 들어가서 기도를 드리게 되었다. 그는 구멍에서 쌀이 나오는 것을 보고, 욕심이 발동했다. 그래서 더욱 많은 쌀이 나오도록 하려고 구멍을 파서 넓혔다. 그랬더니, 그 때부터 쌀은 나오지 않고 쌀뜨물 같은 물만 나오게 되었다고 전한다. 이 이야기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쌀은 조물주께서 우리에게 주신 귀한 선물이다. 그러나 땀 흘려 일하지 않고는 먹을 수 없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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