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밤
김 재 황
서 있기만 하던 숲이 흔들리고 있다
지붕을 타고 내려 모퉁이로 기는 바람
불을 켠 포장마차가 밤거리를 흐른다.
한 순간을 잊어 보는 시름은 아직 남아서
뒤밟는 검은 영혼 그림자를 떨치려고
한 잔 술 취기를 입으면 앞서 가는 가로수.
갈라진 건물 틈새 절어 있는 주름진 때
달빛이 그늘을 일궈 밤벌레를 들춰내면
개구리 하얀 울음이 숯불 위를 걸어간다.
아득한 심연으로 수초 같은 혼이 잠긴
명멸하는 불빛들이 비늘처럼 박히는데
비비는 어둠의 소리 쓸려 오는 갈대 소리.
정해 둔 수심도 없고 열어 논 물길도 없다
드리운 꿈을 입질해 낚이는 허무를 따는
거리의 주정꾼 하나 바닥으로 가라앉는다.
- (1987년 월간문학 신인작품상 당선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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