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풍경
옥 경 운
갈바람이 부는 골목길
대문 앞 계단에
할머니가 검불처럼 붙어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 골목바래기를 하며
— 어디 가노?
어디 갔다 오노?
말을 붙이 보지만
모두가 외면을 하고
누구하나 말 상대를 해주지 않는다.
하루 종일 빈집을 지키는
할머니는 말이 하고 싶은 것이다.
저녁에 식구들이 오지만
밥만 먹고 제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아버리면 할머니는 또 혼자다.
날마다 대문 앞에 껌처럼 붙어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 골목바래기를 하는
할머니는 언제부턴가
우리 동네 골목풍경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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