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이완주 박사가 보내온 글입니다.
'엄청난 태풍에 피해는 없으셨는지요? 많이 놀라셨지요? 이 글과 사진은 제가 아끼는 전남 장흥군의 농사꾼 고영권 박사로부터 보내온 것입니다. 그는 전화를 통해 초속 50미터가 넘는 태풍 속에서도 꿋꿋이 서 있는 벼 품종을 만든 나랏님에 감사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태풍이 휘젓고 간 현장을 돌아보며 따뜻한 멘트를 적어 보냈습니다. 저 혼자 보기에는 아쉬워서 보내드립니다. 다시 오는 태풍과 더위에도 건재하시길 빕니다.
이 완 주 드림'
이것이 태풍이다!~
2012년 8월 28일...
그동안 예고한 태풍이 지나가기 시작했다...
귀농이전에는 알지 못하던(관심도 없던) 태풍의 위력 앞에 할 말을 잃었다...
그 새벽, 지친 어둠을 뚫고 집안에서 창밖을 보며 긴장했다...
논은 어떤지, 밭은 어떤지, 다른 집들은 어떤지 궁금했다...
하지만, 나가지 못했다... 아니 나갈 엄두가 나질 않았다...
그러다가, 아침 6시 즈음... 참으로 속없이 승용차 몰고 논을 둘러 보았다...
어마어마한 바람이 승용차를 흔들었다......
어쩌면 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엄습했다... 가히 미친짓이었다...
그러나, 이토록 무시무시한 바람 속에서도 거의 대부분 건재한 벼들이 고마웠다...
대단했다...
어마어마한 바람 속에서도 이리 비틀 저리 비틀거리며 황금들판을 약속하는 모양이다...
(1970년대 초반 '통일벼'의 기록적인 성공 이후 기폭제가 되어
엄청나게 발전한 벼 육종기술의 승리라고 해야 할런지...
정말이지, 나랏님(농촌진흥청과 그 산하 벼육종시험장, 농학자들)이 이리도 고마운지 몰랐다.
논 한복판에서 맞이한 바람의 힘은 진짜 엄청났다...
그런 비바람을 견뎌낸 들판의 벼들이 이렇게도 고마운지...)
경이롭고 거대한 자연전쟁 한 판이었다...
바람이 잔잔해진(?) 오전 10시 넘어 마을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는데,
마을 앞 당산나무, 엄청난 지름의 나무들이 속절없이 부러지고,
이집저집 슬레이트 지붕 조각나 여기저기 뒹굴고,
꽤 많은 돈을 투자한 비닐하우스가 통째로 날아가 찌글어졌다.
전기는 끊어지고 유선전화, 핸드폰마저 불통, 어찌해볼 방법을 찾지 못했다...
위대한 자연 앞에 고개 숙여야 했다...
그렇게 마을 지나고, 내가 농사짓는 곳을 돌아다니면서
안부전화 나누고, 배고픔에 라면으로 주린 배를 채웠다...
내가 감당해야할 피해가 몇 개 쓰러진 고추들임을 확인하고
태풍 뒤끝에 불어오는 만만한(?) 바람과 비를 보면서
지친 어깨 떨구고 긴장을 풀어내리며 이내 잠들었다...
2012년 8월 28일 오후 3시였다...
그리고, 한참 시간이 지나고 이제 일어나 이글을 쓴다... 사진도 정리했다...
인간이 할 일이란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참으로 무기력한 하루였다...
전남 장흥에서 쌀나무농사꾼 '고영권' 나눔
'알림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녹색문학 발간- 한국녹색문인회 (0) | 2012.10.31 |
---|---|
한국시조사랑운동본부 연간작품집 발간 2차 회의 (0) | 2012.09.25 |
김민이 화가- 희아아트갤러리 초대전 (0) | 2012.08.22 |
한국시조시인협회 2012년 7월 행사 (0) | 2012.07.21 |
제1회 시조사랑 학술 세미나 개최 (0) | 2012.07.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