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다] 편
사초처럼
김 재 황
더위가 이 땅으로 불 포탄을 쏟더라도
많은 비 마구 와서 물난리를 겪더라도
오늘도 시조 한 수를 사초처럼 쓰겠다.
(2017년)
묵은 별빛
김 재 황
얼마나 긴 거리를 이 땅으로 달려왔나,
나에게 닿으려면 그 자리가 이미 없네,
시간이 흐르는 길에 밝음만을 새길 뿐.
(2017년)
수레 끌다
김 재 황
즐겁게 하나 가득 시조만을 주워 담고
돌 많은 언덕길을 홀로 끌고 오르는데
이따금 산바람 불 때 앞가슴은 펴진다.
(2017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