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조

연시조 1편

시조시인 2022. 9. 30. 06:04

[내 사랑, 녹색 세상] 편

 

           내 마음에 발을 치고

                                                  김 재 황

 



   나서기 좋아하니 꽃을 못 피우는 걸까,
   오히려 숨었기에 저리 환한 제주한란
   그 모습 닮아 보려고 내 마음에 발을 친다.

   햇빛도 더욱 맑게 조금씩 걸러 담으면
   일어서는 송림 사이 산바람은 다시 불고
   물소리 안고 잠드는 에덴의 숲이 열린다.

   반그늘 딛고 사니 모든 일이 편한 것을
   이리 눈감고 앉으면 찾아오는 휘파람새
   먼 이름 가깝게 불러 꽃과 향기 빚어 본다.
                                                 (2002년)

 


   (시작 노트)

 나는 나에게 부여된 이 삶을 예쁘게 가꾸기를 희망한다. 한 포기의 한란처럼 비록 그늘 밑에 자리를 잡았다고 하더라도, 아름다운 꽃을 피울 수 있기를 갈망한다. 한란은 깊은 산골짜기에 숨어서 바람과 벗하여 향기를 빚으며 살아간다. 그야말로 군자의 꽃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한란은 글자 그대로 추울 때 꽃을 피운다. 즉, 빠른 것은 9월 중순에도 꽃을 피우지만, 가장 많이 꽃을 피우는 시기는 10월 중순에서 11월 중순까지이다. 한란은 꽃을 피웠을 때에 기온이 25℃ 이상으로 되면 꽃의 색깔이 나빠지고 꽃을 피우고 있는 시간도 짧아진다. 
 한란은, 그 꽃이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그 향기가 그윽하다. 그러나 꽃의 향기는 아무 때나 맡을 수 있는 게 아니다. 개화 직후에는 향기가 없다. 문헌에 의하면, 10℃ 정도의 온도와 12시간 정도의 어둠을 겪고 난 다음, 20℃ 정도의 기온으로 광선이 쪼이는 곳에 옮겼을 때가 가장 많은 향기를 나타낸다고 한다. 또 흐린 날이거나 비가 온 날, 그리고 한밤중에는 향기가 덜하거나 없다고 한다.
 한란은 그 열매 속에 먼지 같은 씨가 10만 개 정도 들어 있으나, 그 씨가 땅에 떨어져서 완전한 개체로 되는 것은 겨우 몇 포기밖에 안 된다고 한다. 그 이유는 씨가 떨어진 장소가 한란의 번식에 적당한 온도․습기․그늘․영양 등을 갖춰야 함은 물론이며, 반드시 그곳에 ‘난균’(蘭菌)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고귀한 한란을 닮을 수만 있다면 내 삶도 아름다운 영혼의 꽃을 피울 수 있지 않겠는가. (200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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