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 아츰은 비오더니/ 신 흠
[원본]
아츰은 비오더니 느지니난 바람이로다
千里萬里 길혜 風雨난 무스 일고
두어라 黃昏이 머럿거니 쉬어 간들 엇더리.
[역본]
아침엔 비 오더니 늦으니까 바람이다
머나먼 우리 길에 바람과 비 무슨 일야
저묾이 멀리 있거니 쉬어 가면 어떠냐.
[감상]
신흠(申欽 1566~1628)은 조선 중기의 문인인데, 본관은 평산(平山), 자(字)는 ‘경숙’(敬叔)이고 호(號)는 ‘상촌’(象村) ‘현헌’(玄軒) ‘방옹’(放翁) 등이다. 여러 관직을 거친 후에, 1623년 인조의 즉위와 함께 이조판서 겸 홍문관의 대제학에 중용되었고, 우의정에 발탁되었으며, 1627년에 정묘호란이 일어나자 좌의정으로 세자를 수행하고 같은 해 9월에 영의정에 올랐는데, 그 다음 해에 숨을 거두었다고 전한다.
이 작품은 비와 바람 같은 인생 길의 장애물 앞에서 흔들리지 않는 여유를 나타내고 있다. 작가가 가야 할 길은 천리만리로 먼데 아침에는 비가 내리더니 늦어서는 바람이 분다. 이처럼 부정적인 상황에서 작가는 조바심을 내기는커녕 여유 있게 쉬어 가려고 한다. 정치적 시련을 겪던 작가가 이 세상사의 어려움을 대하는 태도야말로 모든 이가 본받을 만하며, 풍류적이고 낙관적인 삶의 자세와 삶에 대한 달관을 느낄 수 있다. 느긋한 마음을 지니라고 하지만, 그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시조시인 김 재 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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