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또 묵념
김 재 황
쿵쿵 이 땅을 무겁게 구르며
밟고 지났던 발걸음 소리 머문
동작동 국군 묘지
그날의 묘비 앞에 서서 머리 숙이고
구름인 듯 바람인 듯 나는 또 눈을 감네.
이미 핏빛 진달래는 피었다 지고
비무장지대 외진 골짜기에서
병꽃나무 잎사귀를 물고 날아온
산비둘기 한 마리가
나의 축 처진 어깨 위에 내려앉는데,
굽은 등 토닥거려 주시며
뜨겁게 위로해 주시는 그분의 손길
하늘 가득 푸른 물결로 출렁거리고 있건만
이마에 송알송알 맺힌 땀방울
흘러서 타는 입술 짜게 적시네.
아직도 팽팽한 휴전선을 그려 내면
철조망을 따라 밤도 환하네
그늘진 숲 속에 몇 마리 산양이 숨고
콩닥콩닥 작은 심장이 뛰는 소리 들리네
마냥 푸르게 떨리는 그 눈빛 보이네.
사랑의 깃발 품은 채로
쓰러져 우리 가슴에 꽃으로 다시 피어난
젊은 숨결들이여 고이 잠드시라
이제 그분께서 우리 소망 들어 주시리
남과 북을 하나로 이어 주시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