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을 향하여

경건함을 위하여

시조시인 2006. 1. 6. 02:21
 

  종소리 들리니



                   김 재 황





새롭게 살아난 물과

가슴 따뜻한 햇빛 내려 주시니

겨우내 잠들었던 씨앗들

이 세상 가장 부드러운

눈빛으로 깨어나서 옹알거리고

볼수록 앙증한 그 모습

바람도 불어와서 쓰다듬곤 했네.


몇 날 며칠을 장마는 줄곧

하늘을 적시고 땅을 적시고

가난한 마음까지 물빛이게 하다가

다시 정신을 차릴 수 없게

산이며 강이며 온 나라 안팎을

풀무질로 달구어 낼 때

보석보다 귀한 땀방울 이마에 달고

오히려 춤추는 풀잎들을 보았네

방글거리는 얼굴들을 보았네.


곱게 차린 벌과 나비들

날아와서 인사하고 한데 어울리면

이 세상 웃음으로 환해지고

밤마다 저 먼 은하수 우러러

손 시린 별빛 꿈 주워 모으면

착한 마음들이 꽃으로 다시 피는데

보시기에 아름다운 세상

우리 앞에 한껏 자유로운 얼굴들

늘 푸르게 열려 있는 이마와

바쁘기 이를 데 없는 몸짓으로

한 하늘을 훔치고 있었네

순종으로 믿음을 닦고 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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