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거리
김 재 황
밤 사이에 또 그 그림자가 흘러갔나
잠 깊은 빈 거리에
어제 꼭 그때쯤 절뚝이는 그림자 하나
여기 저기 처참하게 널려 있는,
우리에게 버림당한 삶의 쓰레기들을
그저 말없이 끌어안으며
한 줄기 강물처럼 마음으로 흘러갔나
아침이 되자
밖으로 나선 사람들이
맑게 닦인 거리를 둥둥 떠서 걸어가지만,
밤 사이에 누군가 흘렸을 땀방울은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오늘 밤도 꼭 그때쯤
절뚝이는 그림자 하나 길거리에서
맑은 물소리 그 가슴을 열고 있을지니,
누가 짐작이나 했겠는가
어느 날 쓰러져서 움직일 수 없었던 몸
다시 일어서게 된 기쁨에
밤마다 감사의 청소부가 되는 그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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