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을 향하여

깨끗함을 위하여

시조시인 2006. 1. 2. 02:44
 

       맑은 거리



                                김 재 황



밤 사이에 또 그 그림자가 흘러갔나

잠 깊은 빈 거리에

어제 꼭 그때쯤 절뚝이는 그림자 하나

여기 저기 처참하게 널려 있는,

우리에게 버림당한 삶의 쓰레기들을

그저 말없이 끌어안으며

한 줄기 강물처럼 마음으로 흘러갔나

아침이 되자

밖으로 나선 사람들이

맑게 닦인 거리를 둥둥 떠서 걸어가지만,

밤 사이에 누군가 흘렸을 땀방울은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오늘 밤도 꼭 그때쯤

절뚝이는 그림자 하나 길거리에서

맑은 물소리 그 가슴을 열고 있을지니,

누가 짐작이나 했겠는가

어느 날 쓰러져서 움직일 수 없었던 몸

다시 일어서게 된 기쁨에

밤마다 감사의 청소부가 되는 그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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