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둘러 숲으로 가면
김 재 황
다시 문이 열리는 첫새벽
부드러운 봄바람에 이끌려서
아직은 눈감은 숲으로 가면
얇은 안개 서서히 걷히고
그 안에 흰 옷 입으신 분이
나뭇가지를 붙들고 계신다.
입김을 주시니 숲이 살아난다
나무들은 일어나서 기지개를 켜고
초록빛 숨결을 목 주위에 두른다
그러면 산비둘기가 날아들어
남은 어둠을 물고 멀리 사라진다
이제 숲 속은 온통 빛의 잔치뿐이다
나무들이 기도를 드릴 때마다
따뜻한 은총이 머리 위로 쏟아진다
눈길 받은 목숨은 마냥 기쁘다
아무리 험한 길도 두려울 리 없다
어두운 밤이 와서 숲을 덮치고
까마귀가 날개를 펼친다 해도.
천천히 숲이 걸음을 옮기어
엎드려서 졸고 있는 산을 흔들면
이웃들이 새로운 얼굴로 깨어나고
못 자국 선명한 발을 보이시며
별까지 어서 걸어가 보라고
그분은 나에게 넌지시 말씀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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