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을 향하여

새로움을 위하여

시조시인 2006. 1. 4. 09:23
 

 서둘러 숲으로 가면



                         김 재 황



다시 문이 열리는 첫새벽

부드러운 봄바람에 이끌려서

아직은 눈감은 숲으로 가면

얇은 안개 서서히 걷히고

그 안에 흰 옷 입으신 분이

나뭇가지를 붙들고 계신다.


입김을 주시니 숲이 살아난다

나무들은 일어나서 기지개를 켜고

초록빛 숨결을 목 주위에 두른다

그러면 산비둘기가 날아들어

남은 어둠을 물고 멀리 사라진다

이제 숲 속은 온통 빛의 잔치뿐이다

나무들이 기도를 드릴 때마다

따뜻한 은총이 머리 위로 쏟아진다

눈길 받은 목숨은 마냥 기쁘다

아무리 험한 길도 두려울 리 없다

어두운 밤이 와서 숲을 덮치고

까마귀가 날개를 펼친다 해도.


천천히 숲이 걸음을 옮기어

엎드려서 졸고 있는 산을 흔들면

이웃들이 새로운 얼굴로 깨어나고

못 자국 선명한 발을 보이시며

별까지 어서 걸어가 보라고

그분은 나에게 넌지시 말씀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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