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선시 30편) 30. 가마솥을 보면

시조시인 2008. 10. 25. 04:10

        가마솥을 보면



                             김 재 황


 

어느 부엌에 걸려 있는 너를 보면

그 집의 후한 인심을 생각하게 된다.

지금까지 그 크고 우묵한 가슴으로

얼마나 많은 이의 배고픔을 달래 왔을까.

네가 마당 한쪽에 내어 걸리니

그 하루는 즐거운 잔칫날,

온 동네 사람들이 배를 두드릴 수 있다.

너를 위해 마른 장작을 지피고

김이 무럭무럭 날 때까지 기다리면

복사꽃 살구꽃이 피었다가 진다.

지은 밥을 모두 퍼서 골고루 나누어 주고

밑바닥에 마지막으로 남은 누룽지

또 그 숭늉 맛을 무엇이 따를 수 있겠는가.

남에게 많이 베푸는 일이 곧

자신을 가장 아름답게 가꾸는 일이기에

너는 끝까지 뜨거움을 참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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