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쥬르, 나폴레옹

(64) 영국이 반정부군을 돕다

시조시인 2008. 10. 28. 06:56

(64)

   프랑스 정부를 공격하는 자들은, 국민의 안위는 뒷전이고, 오직 권력에만 욕심이 있었습니다. 이런 사람들일수록 입에 게거품을 물게 됩니다. ‘게거품’은 ‘사람이 흥분했을 때, 입에서 부걱부걱 나오는 거품’을 말합니다. 흔히, ‘궁지에 몰리거나 억울한 일을 당했다고 생각했을 때에 자신을 변호하기 위하여 열을 올리는 행동’을 ‘게거품을 물고 덤벼든다.’라고 표현합니다. 게는 갑자기 환경이 바뀌거나 위험에 처하게 되면 입에서 뽀글뽀글 거품을 뿜어댑니다. 사람들의 경우에도 갑자기 흥분하거나 격렬하게 싸울 때에 그와 비슷하게 거품을 입에 물게 되지요.

그래서 그들은 물불을 안 가리고 영국과 야합을 했습니다. ‘야합’(野合)은 ‘눈앞의 이익이나 좋지 못한 목적으로 서로 어울리거나 결합하는 것’을 가리키는 말로 쓰입니다. 원래 ‘야합’은 ‘정상적이지 않은 남녀 간의 결합’을 나타내던 말이었습니다. 이 말은, 그 유명한 사마천의 ‘사기’(史記)에 나옵니다. 즉, 사마천은 사기에 공자의 부모가 야합하여 공자를 낳았다고 기술하였습니다. 공자의 아버지 ‘숙량흘’(叔梁紇)은 나이가 50살이나 아래인 ‘안미재’(顔微在)라는 처녀와 혼인식도 올리지 않고 훌쩍 동거로 들어가서 곧 공자를 낳았습니다. 그 사실을 사마천은 ‘야합’이라고 표현하였지요.

그렇지 않아도, 호시탐탐 프랑스를 먹을거리로 노리고 있던 영국은, 이게 웬 떡이냐 하고 프랑스의 내부분열을 조장했을 겁니다. ‘호시탐탐’(虎視耽耽)은 ‘범이 날카로운 눈초리로 먹이를 노린다.’는 뜻으로, 틈만 있으면 덮치려고 ‘기회를 노리며 형세를 살핌’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입니다. 또, ‘내부분열’(內部分裂)은 ‘내부의 불화로 말미암아 하나가 여럿으로 갈라짐’을 말합니다. 또, ‘조장’(助長)은, 흔히 의도적으로 어떠한 경향이 더 심각하여지도록 ‘도와서 북돋움’을 이릅니다. 그러나 요즘에 와서는 ‘옳지 못한 것을 도와준다.’는 뜻으로 널리 쓰이고 있습니다. 이는 송나라의 고사에서 유래된 말입니다.

어떤 농부가 있었습니다. 그는, 자기 밭의 곡식 싹이 더디 자라는 게 불만이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빨리 자랄까’하고 궁리를 했지요. 부지런하게 가꾸어서 때를 기다리지 아니하고, 무슨 묘안이 있었겠습니까? 궁리 끝에, 급기야는 싹의 목을 손으로 뽑아 주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집으로 돌아와서 아내에게 말했습니다.

“내가 우리 밭의 곡식 싹이 자라는 걸 도와주고 왔소.”

여기에서 ‘도와준다.’는 게 바로 ‘조장’입니다. 그의 아내는, 아무래도 미심쩍은 생각이 들어서 밭으로 나가 보았습니다. 그랬더니, 곡식의 싹이 모두 뽑힌 채로 시들시들 말라 있었답니다.

그 소식을 듣고, 정부는 놀라서 허둥거렸습니다. 아무 경황없었지요. ‘경황(景況)없다.’는 ‘몹시 바빠서 겨를이 없다.’ 또는 ‘흥미를 느낄 여유가 없다.’ 등의 의미로 사용합니다. 그래서 제대로 훈련도 안 된 군대를 궁여지책으로 툴롱을 향하여 진격하도록 하였습니다. ‘궁여지책’(窮餘之策)은 ‘궁박한 나머지 생각다 못하여 짜낸 꾀’를 말합니다. 말을 달리하여 ‘궁여일책’(窮餘一策)이라고도 합니다.

툴롱 항구에는 영국 군함이 떡 버티고 있음으로써 반정부군을 돕고 있었습니다. 흑심을 지니지 않았다고 치더라도, 좋게 보이지가 않습니다. 오지랖이 넓다고 해야 할지, 약방에 감초라고 해야 할지, 분간이 안 가는 영국입니다. ‘오지랖이 넓다.’는 ‘주제넘게 남의 일에 간섭하는 것’을 가리키는 말로서 ‘아무 일에나 쓸데없이 참견하는 것’을 나타냅니다. 그리고 ‘약방에 감초’는 ‘어떤 일에나 빠짐없이 끼어드는 것’을 나타내는 말입니다. 한약을 짓는 데에 빠지지 않는 약재가 있습니다. 바로, 달콤한 맛을 지닌 감초(甘草)입니다. ‘감초’는 콩과의 여러해살이풀입니다. 시베리아와 몽고 및 중국 북부 등지에서 나는 약용식물의 한 가지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흔히 ‘감초’라고 부르는 것은, 한방에서 약재로 사용하는 ‘감초의 뿌리’입니다. 이는, 비위를 돕거나 다른 약재의 작용을 순하게 하는 데 쓰입니다. 그러므로 웬만한 약방문에는 꼭 끼어 있지요. 또한, ‘분간’(分揀)이란, ‘서로 같지 아니함을 가려서 앎’ 또는 ‘범죄의 정상을 살펴서 죄를 용서함’ 등의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영국군은 군함에서 대포를 사용하여 정부군을 공격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대포와 대포알을 반정부군의 진지까지 운반해 놓았습니다. 그러니, 정부군이 손을 쓸 사이도 없이 반정부군에게 쫓기고 말 뿐이었지요.

(김재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