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쥬르, 나폴레옹

(65) 아비뇽에 주둔한 정부군의 대위

시조시인 2008. 10. 29. 06:49

(65)

   그 때, 나폴레옹은 아비뇽이란 읍에 주둔하고 있는 정부군의 대위였는데, 이 상황을 알고는 분해서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아비뇽(Avignon)은, 프랑스 남부에 흐르는 ‘로온 강’(Rhone江) 하류 지방의 도시입니다. 1309년부터 약 70년 동안 프랑스 국왕의 보호를 받으며 교황청이 있었던 곳입니다. 이를 ‘아비뇽의 유수(幽囚)’라고 합니다. 궁전과 성곽 등의 옛 건물이 지금도 남아 있습니다. ‘아비뇽의 다리’는 동화(童話)에서도 유명합니다.

나폴레옹이 분함을 갖는 건, 프랑스를 위한 게 아닙니다. 자신이 속해 있는 군대가 지고 있다는 게 참으로 자존심이 상하고 화도 났겠지요. 어쨌든 지금은, 아무리 나쁜 프랑스라고 하여도, 오월동주인 셈이니, 모른 척하고 있을 수만은 없었습니다. ‘오월동주’(吳越同舟)는 ‘서로 해치려는 마음을 품은 사람끼리 한 자리, 또는 같은 처지에 있게 된 경우’ 또는 ‘서로 미워하면서도 공통의 어려움이나 이해에 대해서는 협력하는 경우’ 등의 비유입니다. 이 말은, 손자병법(孫子兵法) 중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병(兵)을 쓰는 법에는 아홉 가지의 지(地)가 있는데, 그 아홉 번째 중 마지막 것을 사지(死地)라고 한다. 나가서 싸우면 살길이 있고, 겁이 나서 나가지 않으면 멸(滅)하는 필사(必死)의 지(地)이다. 그러나 사지에 있을 때, 곧 나갈 수도 물러설 수도 없는 필사의 장소에서는 병사들이 한 마음 한 뜻이 되어서 활로(活路)를 열어야 한다.’

오(吳)와 월(越)은 예로부터 앙숙입니다. ‘앙숙’(怏宿)은 ‘앙심을 품고 서로 미워하는 사이’입니다. 그러나 가령, 오나라 사람과 월나라 사람이 한 배를 타고 강을 건너게 되었을 때에 큰 바람이 불어서 배가 뒤집히려고 한다면, 그들은 평소의 앙심은 잠시 접어 두고 서로 힘을 합하여 활로를 찾아야 할 겁니다.

그런 상태였지만, 그 당시에 나폴레옹은 ‘강 건너 불구경하듯’ 그저 바라보고만 있을 수밖에 별 도리가 없었습니다. ‘강 건너 불구경’이란, 멀리 강 건너의 불이 난 것을 그저 보고만 있을 뿐, ‘그에 대한 어떠한 행동도 할 수 없는 경우’를 나타냅니다.

어느 날, 코르시카 태생의 ‘살리티에티’라는 대의원이 나폴레옹을 찾아왔습니다. 두 사람은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자리에 앉았습니다. 그러자, 살리티에티가 먼저 입을 열었습니다.

“툴롱 싸움에서 프랑스 정부군이 지고만 있네.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나?”

그는 변죽을 울리고 나서, 나폴레옹 얼굴을 말없이 쳐다보았습니다. ‘변죽(邊-)을 울리다.’는 ‘바로 본론으로 말하지 않고 빙 둘러서 말함으로써 간접적으로 알아차리게 하는 것’을 말합니다. ‘변죽’이란, ‘그릇이나 물건의 가장자리’를 이릅니다. 그러므로 ‘변죽을 울린다.’는 말은, 그릇의 한복판을 치지 않고 ‘가장자리를 침으로써 복판을 울리게 하는 것’을 나타냅니다.

평소에 복안을 가지고 있던 나폴레옹은, 곧 역외지의를 내놓았습니다. ‘복안’(腹案)은 ‘마음속에 품고 있는 계획’을 말합니다. 그리고 ‘역외지의’(域外之議)는 ‘범속하지 않은 훌륭한 의견’을 가리킵니다. 이를 흔히 ‘탁견’(卓見)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먼저 영국의 군함을 격침시켜야 합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항구가 내려다보이는 곶의 언덕 위에 대포 진지를 만들어야 합니다. 거기에서 영국 군함에게 포탄을 퍼붓는 겁니다.”

‘곶’은 ‘바다나 호수로 가늘게 뻗어 있는 육지의 끝부분’을 가리킵니다. 한자말로는 ‘갑’(岬) 또는 ‘지취’(地嘴)라고 합니다. 그 말을 듣고 살리티에티는 격절탄상했습니다. ‘격절탄상’(擊節歎賞)은 ‘무릎을 치면서 탄복하여 칭찬함’을 말합니다. 다른 말로는 ‘격절칭상’(擊節稱賞)이라고도 합니다. 그리고 ‘격절탄상’을 줄여서 ‘격상’이라고 쓰기도 하지요.

“정말 멋진 생각이야. 그럼, 자네에게 포병대를 맡기도록 해 보겠네.” (김재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