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쥬르, 나폴레옹

(67) 소나기처럼 포탄을 퍼붓다

시조시인 2008. 10. 31. 06:04

(67)

  나폴레옹은 정규 사관학교 출신입니다. 훌륭한 선생님들에게서 군인에 대한 모든 것을 배웠습니다. 게다가 하나를 가르치면 열을 아는 총명함으로, 이제는 이러하게 청출어람의 전략가가 되었습니다. ‘청출어람’(靑出於藍)은 ‘쪽에서 뽑아낸 푸른 물감이 쪽보다 더 푸르다.’는 뜻으로 ‘제자나 후진이 스승이나 선배보다 더 뛰어남’을 이르는 말입니다. 이는, 곧 ‘청출어람이청어람’(靑出於藍而靑於藍)의 준말입니다. 그리고 ‘청출어람’을 다시 줄여서 ‘출람’(出藍)이라고도 합니다.

이 말은 중국 춘추전국시대 순황(荀況)의 용어입니다.

‘학문은 계속 노력하여야 하며, 중도에서 그만두면 안 된다. 푸름은 쪽에서 나오지만, 쪽의 빛깔보다도 더 푸르다. 이와 같이 스승보다 나은 학문의 깊이를 가진 제자도 있다.’

그렇게 재주 있는 사람을 가리켜서 ‘출람지재’(出藍之才)라고 합니다.

중국에 이밀(李謐)이라는 선비가 있었습니다. 그는 처음에 공번(孔燔)에게서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그는 학문의 발전 속도가 빨라서 몇 년이 지난 후에는 스승인 공번을 앞지르게 되었습니다. 공번도 훌륭한 인물이었습니다. 부끄럽게 생각하지 아니하고, 그는 이밀의 실력을 인정하여 스스로 그의 제자가 되었습니다. 과연, 그 선생에 그 제자입니다.

나폴레옹은 처음의 계획대로, 영국 군함에게 대포로 소나기처럼 포탄을 퍼부었습니다. 난공불락이었던 그 군함도, 버티다 못하여 불길에 싸인 채로 바닷물 속으로 가라앉았습니다. ‘난공불락’(難攻不落)은, ‘공격하기가 어려워서 좀처럼 함락되지 않음’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한 마디로, 박살내 버렸지요. ‘박살(撲殺)내다.’는, 꼭 사람이나 짐승 등의 살아 있는 사물에만 한정되어 쓰이는 게 아니라, 어떤 물건을 완전히 때려 부수어 조각조각 만드는 일‘까지 뜻하는 말로 쓰입니다. ‘두드릴 박’(撲)에 ‘죽일 살’(殺)로 이루어진 이 말은, 글자 그대로 ‘때려서 죽인다.’는 뜻이었습니다.

적함 중에는, 이에 놀라서 ‘어마, 뜨거워라.’하고 항구 밖으로 줄행랑치는 군함도 있었습니다. ‘줄행랑치다.’는 ‘쫓겨서 달아나다.’ 또는 ‘낌새를 알아채고 그 자리를 피해서 달아나다.’라는 말입니다. ‘줄행랑’(-行廊)은, ‘도망’(逃亡)의 속어이기도 하고, ‘대문 좌우 쪽에 죽 벌여 있는 행랑’을 말하기도 합니다.

곧 이어서 이번에는, 반정부군의 진지를 공격했습니다. 제법 금성탄지였지요. ‘금성탕지’(金城湯池)는 ‘방어 시설이 아주 튼튼하여 쳐부수기가 어려운 성’을 이릅니다. 다른 말로는, ‘금으로 된 성과 철로 만든 벽’이란 뜻으로, ‘방비가 튼튼한 성’을 가리키는 ‘금성철벽’(金城鐵壁)이 있습니다. 중국의 고사를 소개하지요.

진시황이 죽자, 다시 세상은 어지러워졌습니다. 조(趙)나라의 옛 영지를 차지한 ‘무신군’(武信君)의 세력이 커졌을 때입니다. 논객 뫼통이 범양 현령인 서공에게 말했습니다.

“십여 년 동안에 백성의 원성이 날로 높아가고 있으므로, 저들이 고(公)의 공(功)을 없애려고 하는데, 제 말대로 한다면 피할 길이 있습니다. 제가 무신군에게로 가서 싸우지 않고 땅이나 성을 손에 넣는 방법을 쓰는 게 어떠할지 물어보겠습니다.”

뫼통은 그 길로 무신군을 찾아가서 뛰어난 언술로 말했습니다.

“만일, 범양을 치고 난 다음에 현령을 소홀히 대접한다면, 죽음을 두려워하고 부귀를 바라는 현령들은, ‘기껏 항복했는데 겨우 이런 대우를 받다니’하고, 더욱 더 군비를 충실하게 하여 ‘들끓는 탕(湯)의 못(池)에 둘러싸인 금(金)의 성(城)과 같은 철벽의 방어진’을 칠 게 분명합니다. 그러하니, 범양 현령을 후하게 받아들여서 각처에 사자로 보내십시오. 그러면 제국의 현령들이 그걸 보고 모두 항복할 겁니다.”

이 말을 들은 무신군이 귀가 솔깃하여 그대로 따랐더니, 과연 화북에서만 30여 성이 항복하였다고 합니다.

반정부군의 진지가 아무리 튼튼하다고 해도, 별수가 없습니다. 나폴레옹의 진두지휘를 받은 대포가, 적의 진지를 강타하여 단숨에 적을 무찔러 버렸습니다. ‘진두지휘’(陣頭指揮)는 ‘직접 진두에 나서서 지휘하는 일’을 말합니다. 그리고 ‘강타’(强打)는 글자 그대로 ‘세게 침’의 뜻으로 ‘큰 타격을 끼침’을 나타냅니다. 아군은 사기충천했습니다. ‘사기충천’(士氣衝天)은 ‘싸우려고 하는 병사들의 씩씩한 기운이 하늘을 찌를 듯함’을 말합니다.

(김재황)